560조 국민연금, 임명된지 1년미만 실장만 남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투자실무를 총괄하는 8명의 실장급(리스크센터장 포함) 인사 중 보직에 임명된 지 1년 이상 된 인사가 모두 사라질 전망이다. 유일하게 보직에 임명된 지 1년 이상 된 안태일 채권운용실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특히 안 실장이 사퇴하면 실장급 인사 공석은 3명으로 늘어난다. 560조원에 이르는 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데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2012년부터 국내 채권운용실을 이끌던 안태일 실장이 최근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또 현재 8명의 국민연금 실장 중 올 들어 퇴직한 이경직 해외증권실장과 유상현 해외대체실장의 자리는 공석으로 남아 있다.

올 초까지 운용전략실장을 맡았던 양영식 실장이 문서유출을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아 교체된 것을 감안하면 기존 실장급 인사 중 4명이 기금운용본부를 떠나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연금은 현재 이들 자리에 대해 채용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언제 자리가 채워질지는 미지수다.

공교롭게도 이들 4명의 실장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했던 2015년 7월 열린 투자위원회에 참석한 인사들이다. 이들은 모두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검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고, 국회 국정조사 자리에 서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 실장급 인사들이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된 조사가 이어지면서 심리적인 압박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안다"며 "기금의 전주 이전이 겹치면서 퇴사를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장급 인사 다수가 갑작스레 이탈하면서 나머지 실장급 인사들이 모두 보직에 선임된 지 1년이 안된 것으로 확인됐다. 모든 실장의 경력이 1년이 안 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으로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기금운용을 총괄하고 있는 이수철 운용전략실장과 김재범 대체투자실장은 지난 1월 선임됐다. 박성태 리스크센터장과 송호동 운용지원실장은 지난해 7월에, 조인식 주식운용실장은 지난해 4월에 각각 임명됐다.

이에 따라 기금운용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적잖다. 국내외 주식이나 채권, 대체 투자의 특성이 완전히 다른 만큼 경력이 일천한 실장급 인사들이 각 투자부문을 제대로 이끌지 못할 것이란 우려다. 그 동안 기금운용본부가 조직과 투자 안정성을 고려해 실장급 인사에 대한 전면적인 인사보다 통상 2~3년 주기로 소규모의 순차적인 인사를 단행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각 실장들은 사실상 투자 실행의 수장을 맡는 CIO(최고투자책임자) 역할을 한다"며 "적응기간이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금운용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대체투자의 경우 책임자가 없는 상황에서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며 "투자공백이 상당히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기금운용본부 측은 "공석이 된 자리에 대해서는 현재 채용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가능한 빨리 채용을 마쳐 공백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