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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인권과 꿈을 가진 사람입니다"

장애인단체 300여명, 광화문에서 여의도까지 행진 대선후보에 장애등급제·수용시설철폐 등 요구

뉴스1 제공 |입력 : 2017.04.2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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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장애인들이 차별철폐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대선 후보들을 향해 장애인의 3대 적폐인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장애인수용시설 폐지'를 요구하며 충정로 사회보장위원회를 거쳐 여의도 각 후보캠프로 향했다. 2017.4.2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장애인들이 차별철폐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대선 후보들을 향해 장애인의 3대 적폐인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장애인수용시설 폐지'를 요구하며 충정로 사회보장위원회를 거쳐 여의도 각 후보캠프로 향했다. 2017.4.2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우린 소·돼지 같은 가축이 아닙니다. 인권과 자유가 있고 차별과 학대에 상처받는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우리에게 등급이라는 도장을 찍지 마세요." (33세 2급 중증장애인 이모씨)

"34살이라는 늦은 나이지만 검정고시를 치르겠다는 꿈이 있어요. 수용시설에서 생활했다면 꿀 수 없는 꿈이었겠죠. 장애인들이 사회에 나와 한 명의 사람으로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활동보조서비스를 확대해야 합니다." (인천민들레센터 장애인활동보조사 A씨)

20일 제37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모여 '장애인차별철폐를 외쳤던' 300여명의 장애인단체 회원들은 밤을 꼬박 새웠다.

'장애인의날'을 아니라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로 바꿔 불러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21일 아침 대통령 후보들의 사무실이 있는 여의도를 향한 행진에 나섰다.

5호선 광화문역 지하 농성장에서 17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외쳐온 Δ장애인 등급제 폐지 Δ부양의무제 폐지 Δ수용시설정책 폐지를 대선 후보자들에게 촉구하기 위해서다.

일부는 지난해 논란이 됐던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사망한 장애인과 생활인들을 추모하는 뜻으로 상복을 입거나 사진이 없는 영정사진을 들기도 했다.

광화문 광장을 출발해 마포대교를 거쳐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로 향하는 행진은 가다 서길 반복하며 천천히 진행됐다. 이들을 실은 전동휠체어는 제멋대로 움직여 경찰의 바리케이드에 부딪히기 일쑤였다.

"우린 가축 아냐"…장애등급제 폐지 해야

행진 길에서 만난 정성주 광주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46·중증장애 2급)은 지난 8년간 장애등급 재심사를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2010년 시행된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으려면 2년마다 시행되는 장애등급 재심사를 받아야만 한다"며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제도가 도입된 이후 높은 장애등급을 받는 게 상당히 까다로워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장애등급을 판정하는 국민연금에 문의하니 '아무리 잘해도 4등급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들었다"며 "원래 2등급인 내 장애등급이 4등급이 되면 활동보조서비스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원래 받던 혜택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재심사를 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정씨에 따르면 총 6개의 등급으로 나뉘는 장애등급 중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건 1~3등급뿐이다. 장애인활동보조사의 도움으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선 우선 3등급 이내의 장애등급을 받고 활동보조서비스를 신청해야 한다.

그는 "나는 오히려 나이가 들고 더 병약해졌지만, 등급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며 "의사의 주관적인 견해로 어떨 땐 2등급이었다가 어떨 땐 4등급이 되는 장애등급서비스를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씨는 "장애인들은 하나 또는 두 가지 이상의 각기 다른 장애를 앓고 있다"며 "다양한 장애증상을 일률적인 등급제로 정한다는 것은 사람을 가축처럼 취급한다는 의미"라고 일갈했다. 이어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도 4등급 이상의 장애인으로 지정되면 아무런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부양의무제·수용시설제도 없애야

이들은 장애인을 식구로 둔 가족에게 그를 부양할 의무를 지우는 '부양의무제'도 거세게 비판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에서 활동하는 이지혜(24·여) 활동가는 "장애인 가족을 부양하는 것은 금전적으로 심적으로나 상당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며 "가족이 포기하거나 가족에게 부담감을 주기 싫어 스스로 수용시설에 들어가는 장애인이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 활동가는 "그럼에도 장애인을 식구로 둔 가족 중 조금이라도 돈을 버는 사람이 있으면 국가는 혜택을 끊어버린다"며 "이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제도일 뿐 아니라 고통을 가중시키고 확산시키는 악습"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장애인보조사 김모씨(44·여)도 "중증장애를 앓던 아버지와 함께 살던 딸이 취직에 성공해 소득이 생기자 국가는 장애인 복지혜택을 중단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장애인 아버지는 딸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가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장애인들은 전국 '장애인 수용시설 제도 철폐'도 강하게 주장했다. 행진 중 마포대교에서 만난 인천민들레센터 장애인보조사 A씨는 뇌병변 1급 장애를 앓고 있는 김모씨(34·여)를 휠체어에 태우고 함께 행진하고 있었다.

그는 "3년 전 부모를 모두 잃은 김씨가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밝히며 "34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글자도 제대로 읽지 못하지만, 센터의 도움으로 검정고시를 치르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만약 김씨가 수용시설에서 생활했다면 제때 먹고 입는 것조차 보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폐쇄적인 수용시설제도를 철폐하고 장애인들이 사회에 나와 한 명의 사람으로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활동보조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행진 길에 오른 장애인들은 유독 장애인 수용시설 철폐를 강조했다.

지난 2011년 영화 '도가니'를 통해 불거진 장애인 수용시설 인권유린 사태에 이어 지난해 대구시립희망원에서 7년간 309명의 수용 장애인과 시설 생활인들이 소리소문없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A씨는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용시설이 아니라 직접 사회에 나와 보편적인 도움을 받으며, 인권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꿈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라는 말을 남기고 김씨와 행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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