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타법인출자, KCC의 리스크

KCC (246,000원 0.00%)는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건축자재·도료부문 1위 업체다. 1958년 금강스레트공업을 토대로 고려화학이 설립됐고, 이후 양사가 통합한 후 현재의 사명인 KCC로 이름을 바꿨다.

확고한 시장지위와 매출구조의 다양화,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KCC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 없다. 본업보다 주식투자에 큰 비중을 두면서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러다 보니 주가는 본업의 성장성과 재무성과를 반영하지 못하고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치에 좌우되는 경향을 보인다. "자산운용회사인지 건축자재 회사인지 정체가 불분명할 지경"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건축자재·도료부문 자타공인 1위 KCC

지난해 KCC는 3조4904억원의 매출액과 32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1529억원이었다.


KCC의 주력사업은 건축자재와 도료부문으로 나뉘어지고 유기실리콘 등 기타부문이 있다. 이들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4:4:2 정도 되고 영업이익 기여도는 6:3.5:0.5 정도다.

내수시장 지배력은 확고하다. 시장 점유율을 보면 유리 58%, PVC창호 32%, 건축자재 45% 등이고 도료도 35%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건축자재의 매출은 건설경기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어 건설경기가 좋을 때와 그렇지 못한 때의 영업환경에 큰 차이가 있지만, 내장재 및 보온단열재 대부분 품목에서 업계 선두위치를 고수하고 있으며 판유리도 시장 점유율 1위가 흔들릴 조짐이 없다.

도료 부문도 상황은 비슷하다. 자동차, 선박, 플랜트용 도료는 국내에서 이미 월등한 기술 및 시장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건축용 도료는 2008년 이후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숲으로'를 중심으로 친환경 제품의 매출 신장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환경친화적 도료에 대한 R&D(연구개발) 투자와 친환경 제품 비중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 KCC의 강점이 더욱 부상하는 상황이다.

국내 계열사는 총 8개다. 상장사로는 코스피의 KCC와 코리아오토글라스, 코스닥의 KCC건설이 있고 비상장 계열사는 금강레저, 미래, 대산컴플렉스개발, 삼부건설공업, 케이퓨처파트너스 등 5개가 있다.

KCC가 그룹 지배구조상 정점에 위치한 핵심회사다. 주력 3개 계열사만 보면 KCC가 그룹 합산 매출액에서 70% 가량을 차지하고, KCC건설이 20%, 코리아오토글라스가 10% 정도다.

◇시가총액 3조5998억원…타법인 출자는 3조8905억

KCC를 보면 2013~2016년 조선·자동차 등 전방산업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매년 이익이 증가하며 견조한 성장을 보여왔다. 올해도 경쟁사 대비 안정적 이익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KCC 사업비중에서 본업 외적인 부문이 차지하는 무게감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현재 KCC의 시가총액은 3조5998억원인데 타법인 출자부문 장부가액(2016년말 기준)이 3조8905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KCC건설이나 코리아오토글라스 등 계열사나 해외 투자법인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직접적인 시너지가 나오지 않거나 연관성이 적은 것들이 너무 많다. 사업보고서상 나열된 타법인 출자건만 34건에 달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삼성물산(지분율 8.97%)이다. 2015년 삼성그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자 KCC가 백기사를 자처하며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한 것이다.

이를 위해 KCC는 2015년 6월 삼성물산 자사주 전량을 매입한 뒤 주총에서 합병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지난 연말 KCC가 기재한 삼성물산 장부가액은 2조1346억원에 달한다.

이 밖에 규모가 큰 것은 현대중공업, 인스파이어인티그레이티드리조트, 현대산업개발, KCS, 한라홀딩스 등이다. 이 뿐 아니다. 잡다한 투자 유가증권도 허다하다. 코엔텍, 쌍용자동차, 동양, 남광토건, 웅진홀딩스, 동부건설, 엔투비, 옥토하이힐, 쌍용건설 등 상장, 비상장 주식이 허다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증권사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들의 눈길도 '본업' 보다는 '부업'에 집중된다. 이에 따라 주가도 건축자재나 도료 등 주력사업 업황이나 실적, 펀더멘탈 보다는 KCC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에 따라 변동하는 경향이 심하다.

최근 6개월 KCC의 주가가 삼성물산의 주가에 연동되는 성향이 90%에 달하는 등 거의 일치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증권가의 판단이다. 애널리스트들은 KCC 주가를 볼 때 '투자한 주식' 말고 본업을 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반향이 없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7년에도 KCC가 가격방어로 인해 타사대비 안정적 이익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시가총액의 절반이 삼성물산 가치라 투자주식 연동현상은 불가피한 현상일 수 있으나 강한 어닝파워가 외면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연구원 역시 "삼성물산 주가가 안정화된다면 기존에 반영하지 못했던 영업가치가 KCC의 주가에 일순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KCC에 대한 시장 평가가 얼마나 냉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물산 (150,400원 0.00%) 주가는 지난해 10월 중순 16만 원대로 반짝 올라서기도 했으나 하반기 박근혜 게이트 관련 삼성그룹 수사가 본격화한 뒤 약세를 보였다. 12월 말 12만 원대까지 내려앉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오고 있으며 현재(20일 종가) 13만500원을 기록했다.

◇투자성과 나쁘지는 않지만…

KCC가 주식투자에 쉽게 나설 수 있는 것은 우선 현금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기준 연결재무제표 기준 총 자산이 9조1623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현금(5883억원)을 포함한 유동자산만 2조2888억원에 달했다.

단기간에 움직일 수 있는 자금이 많다 보니 국내외에서 다양한 직간접적인 투자제안을 접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적잖은 사례가 투자로 이어졌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다 보니 투자 문어발이 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KCC의 투자성과가 나쁜 것은 아니다. 일례로 현대중공업은 KCC가 2014년 11월 3000억원을 투자해 주식 243만9000주(6.25%)를 매입한 것인데 당시 9만원대였던 주가는 현재 16만5000원이 됐다. 2008년에는 2670억원을 투자해 만도 지분 29.99%를 매입했다. 두 번에 걸쳐 만도 지분을 매각한 KCC는 6500억원에 달하는 평가차익을 거뒀다.

문제는 본업이 아니라 부업에 오너와 경영진의 눈이 팔려 있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 여유자금을 운영해 추가 수익을 내는 것은 좋다고 해도 KCC처럼 자산의 1/3 이상이 투자자산이라면 부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과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CC의 경우 그룹 전반적으로 영업이익 창출력과 부동산 자산을 중심으로 한 유형자산, 상장사 보유 지분을 기반으로 한 재무적 융통성이 매우 우수한 상태"라며 "재무안정성이 우수하긴 하지만 전반적인 구조를 볼 때 투자전문 별도 자회사를 세워 본업과 부업을 철저히 나누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