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지주사 전환' 앞두고 '신동주 리스크' 재부상

(왼쪽)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롯데쇼핑 등 4개 계열사의 동반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빚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 움직임에 대한 우려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23일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알리기 위해 만든 일본 사이트 '롯데 경영정상화를 위한 모임'에 "6월 하순 예정된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자신을 대표로 복귀하는 안건 등을 포함한 주주제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자신과 함께 신격호 총괄회장과 이소베 테츠(磯部哲), 노다 미츠오(野田光雄) 등 4명에 대한 '이사 선임의 건'과 모토무라 다케시(本村健) '감사 선임의 건' 등 2건을 주주제안하겠다고 했다.

또 자신이 대표로 있는 광윤사의 설명회를 지난 21일 일본 도쿄에서 열고 "롯데그룹의 향배를 우려하고 있고 계속해서 경영 정상화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고, 신 회장 불구속 기소와 동시에 성명을 내는 등 경영권 탈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8월, 2016년 3월과 6월 세 차례 주주총회에 참석했지만 모두 패했다. 지난해 6월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뒤에는 "다음 주총에서는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무한 주총' 선언을 한 바 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이전까지 주총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신 회장이 롯데총수 일가가 연루된 경영 비리 건으로 주 2회 재판을 받고 있는데다가 최순실 게이트 연루 뇌물 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만큼 롯데홀딩스 경영자로서 자질에 흠결이 있다는 주장이다.

SDJ코퍼레이션 측 관계자는 "지금 신 회장이 말그대로 각종 재판에 발이 묶인 상황으로 경영공백이 클 뿐더러 경영자 의무를 다하기에 도덕적으로 흠결이 큰 상황"이라며 "신동주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총수 일가로서 연루된 부분이 있지만 (미미해) 무게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주요 사안인 지주사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신 전 부회장 측 행동이 돌발 변수로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신 회장이 다수 재판, 출국 금지 등으로 발이 묶인데다가 신 전 부회장 측이 지난달까지 신 총괄회장의 증여세를 대납하고, 이를 이유로 롯데제과, 칠성 지분 압류, 담보 설정에 나서는 등 해석하기가 쉽지 않은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서는 신동주 회장이 관련 계열사들 이사에서 해임된만큼 구체적인 내용도 알 수 없고,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응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빠르면 오는 26일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 4개 회사의 이사회를 함께 열어 이들의 인적분할 및 투자회사 통합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후 지금까지 사실상 국내 롯데그룹 지주회사 격이었던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자본 비중을 큰 폭 줄인다는 방침이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 보유 최대주주이고 일본 L투자회사 72.65%, 광윤사 5.45%, (주)패밀리 2.11% 등 주주로 구성돼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국내 다수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만큼 향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신동주 변수'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주요주주 설득에 성공한다면 판이 바뀔수도 있다"며 "국내 다수 계열사에 롯데홀딩스가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현 상황에서 신 전 부회장이 이사회 및 지주사 전환 일정에 지배적인 영향을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