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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프리즘] 철지난 망중립성 공약

성연광의 디지털프리즘 머니투데이 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입력 : 2017.04.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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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임박하면서 ‘망중립성’(Net neutrality) 논란이 재점화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네트워크 접속은 국민의 기본권”이라며 망중립성 강화를, 반대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망중립성 완화 의지를 시사했다. 그런가 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제로레이팅’(Zero-Rating·사업자들이 사용자의 데이터비용을 경감해주는 제도)을 활성화하겠다며 절충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망중립성이 무엇인가. 콘텐츠나 서비스, 기기 종류에 따라 전송속도와 요금을 차별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정책 혹은 원칙이다. 2003년 미국 컬럼비아대 미디어법학자인 팀 우 교수가 제시한 용어다. 정보 평등주의 관점에서 출발했지만 내면에는 통신과 인터넷·플랫폼(Over The Top·OTT)사업자간 경제적 이해관계가 팽팽히 맞선다.

 콘텐츠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매년 망 투자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 이 비용을 누가 대느냐를 두고 통신-OTT 진영간 갈등이 첨예하다. 통신사업자들은 OTT가 네트워크에 무임승차해 막대한 이윤을 거두면서도 정작 망 투자는 ‘나몰라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OTT사업자들은 사용자가 통신료를 내는 상황에서 특정 콘텐츠나 서비스를 차별하는 건 사용자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2011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와 버라이존간 법정분쟁으로 촉발된 망중립성 논쟁은 2012년 KT의 삼성 스마트TV 네트워크 접속 차단 사태와 카카오 ‘보이스톡’(모바일 무료전화) 출시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뜨거운 쟁점이 돼왔다.

 그렇다면 망중립성의 최고 수혜자는 누굴까. 바로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인터넷·OTT 기업들이다. 이들은 미국 정부의 강력한 망중립성 지원 속에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하지만 망 투자비 분담은 고사하고 오히려 세금회피 의혹으로 각국에서 지탄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MOIBA) 조사자료에 따르면 구글의 지난해 국내 앱마켓 매출만 4조5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별다른 세금을 내지 않았다. 정당한 세금을 납부하는 국내 인터넷 기업을 역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사전적 의미로 ‘중립’(neutrality)은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는 것을 말하는데 망중립성은 OTT사업자, 그것도 미국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론적 근거로 통용돼왔다.
[디지털프리즘] 철지난 망중립성 공약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둔 현재, IT(정보기술)산업의 주도권은 이미 모바일플랫폼사업자에게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구글, 애플 등 플랫폼기업들의 정책과 입김에 따라 콘텐츠·서비스산업의 흥망성쇠가 달라진다. 실제 지난해 6월 카카오가 야심차게 배급한 첫 게임이 출시 직후 한동안 구글마켓에서 제대로 검색되지 않아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경쟁 플랫폼인 카카오게임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해당 개발사가 구글에 정식 항의한 후에야 정상화했다. 구글은 또 안드로이드 기기에 자사 앱 선탑재를 강요했다가 러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반독점 혐의 조사를 받거나 합의절차를 밟고 있다. 망중립성을 넘어 ‘플랫폼중립성’ 논쟁이 새로운 쟁점으로 대두한 셈이다.

 나아가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화하면 데이터 보유량과 가공능력을 갖춘 데이터플랫폼사업자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그때는 망·플랫폼 중립성을 넘어 데이터 중립성 논쟁이 전면화할 수도 있다. 차기 정부에서 필요한 건 국내 사업자들만 옥죄는 정책이 아닌 구글, 애플 등 해외 사업자들과 규제·조세 등에서 차별 없는 새로운 공정정책이다. 유력 대선후보들의 철 지난 망중립성 공약들이 아쉬운 이유다.

성연광
성연광 saint@mt.co.kr

'속도'보다는 '방향성'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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