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습자 수색·작업자 안전…고민 깊어지는 선체조사위

(목포=뉴스1) 이후민 기자 =

세월호 선내수색 엿새째인 23일 오후 전남 목포시 호남동 목포신항 철재부두에서 코리아샐비지 직원들이 우현 출입구에서 작업 중 발생한 펄을 크레인으로 퍼내고 있다. 2017.4.23/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미수습자 9명을 찾기 위한 세월호 선체 내부수색 작업이 23일로 착수 엿새째에 들어섰지만 유류품만 속속 발견될 뿐 미수습자의 흔적은 아직까진 오리무중이다.

앞서 17일 해양수산부와 선체조사위원회, 코리아샐비지, 미수습자 가족 등은 논의 끝에 선체 4층 A데크 6곳, 3층 B데크 3곳 등에 진출입구를 마련해 선내 수색을 하기로 했지만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이에 선체 절단 등을 포함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지만, 선체조사위로서는 미수습자의 조기 수습과 더불어 작업자의 안전 확보도 도외시 할 수 없는 까닭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세월호 선내수색 엿새째인 23일 오후 전남 목포시 호남동 목포신항 철재부두에서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가족 권오복씨가 세월호 선체 및 선내에 설치된 CCTV를 취재진에게 공개하고 있다. 2017.4.23/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선내 복잡해 작업 차질…미수습자 가족들 대책 요구

작업자들은 선체 내부의 비좁고 미로같은 구조, 좁은 진출입구 등으로 크기가 큰 지장물은 배 밖으로 꺼내기도 어렵고, 무너져 내린 벽체 등 일부 지장물을 제거하고 바닥에 쌓인 펄을 퍼담아 선체 밖으로 꺼내는 작업 역시 삽으로 작업하기가 어려워 손으로 퍼내는 지경이라며 더딘 작업속도에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22일에는 선내에 있는 커다란 음료수 자판기를 꺼내려다 여의치 않자 진출입로의 폭을 1.2m에서 2.4m로 두배로 넓히는 작업 끝에 간신히 꺼내기도 했다.

이처럼 최고 7m 높이로 쌓인 지장물과 펄 등 장애물을 치우면서 미수습자를 수색하고 있지만, 무너져 내린 벽체 등 일부 지장물을 제거하고 바닥에 쌓인 퇴적물을 선체 밖으로 꺼내는 일을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 관계자는 "펄이 쓰레기나 카페트 같은 것에 전부 뒤엉켜 있어서 제대로 퍼내기가 어렵다"고 현장의 애로점을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미수습자 가족들은 지난 21일 목포신항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의 선내수색 방식에 한계가 있다"며 "해양수산부와 선체조사위원회, 코리아샐비지는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천공 추가 등 선체에 대한 추가적인 훼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세월호 선내수색 엿새째인 23일 오후 전남 목포시 호남동 목포신항에서 시민들의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017.4.23/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선조위 "안전성 원칙 포기할 수 없다"

문제는 수습과정을 관리감독하는 선체조사위는 아직 예산과 형태 등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때문에 조사 개시 이전에 선체 훼손을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선체조사위에 따르면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은 5월8일 공포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이에 따른 인적 구성 등을 마치는 시점인 6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선체조사를 개시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이 전에 30일의 범위 내에서 조사개시 결정을 위한 사전조사를 하도록 되어 있다. 선체조사위는 브룩스벨 및 국내 전문가 집단의 조사의 속도를 최대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은 지난 21일 언론 브리핑에서 "원인조사를 빨리 하는 것이 종국적으로 가족에 유리하겠다고 생각했다"며 "증거조사가 끝나면 현상 유지를 요청했던 부분에도 과감하게 손을 댈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안전성 확보도 안된 상태로 선체를 절단하는 것에 대해 선체 붕괴 등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3년 동안 바닷물에 잠겼던 세월호가 급속도로 산화나 부식이 진행되고 있는데, 천공을 늘리거나 선체 좌현을 절단한다면 객실 전체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선체조사위는 우선 코리아샐비지의 민간 전문가와 함께 대안을 빠른 시일 내에 안전성을 갖춘 대안을 찾아보겠다는 계획이다.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우리가 직접 코리아샐비지 전문가와 대안을 협의하기로 했다"며 "다소 시간을 희생하더라도 작업자와 선체의 안전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