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옛 '뽕밭', 다시 한 번 화려한 탈바꿈 꿈꾸네

장미아파트 단지 내부에 위치한 충효정. /사진=김지훈 기자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장미아파트’ 단지에 팔각정 형태의 2층 콘크리트 건물이 있다. 현관 앞 위치한 표석에는 ‘반만년 전통의 정신적 뿌리가 되어 온 충효사상을 고취코져 물려받은 슬기와 우리의 정성을 모아 안식처를 마련, 충효정이라 이름 하여 바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충효정은 ‘라이프주택개발’(장미아파트 시공사)이 1970년대 후반 2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지은 ‘노인정’이다. 지금은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 내부가 낡았지만, 당대에는 현대적 냉난방 시설과 오락 시설로 주목을 끈 시설이었다. ‘고급아파트’였던 장미가 선보인 첨단 커뮤니티 시설인 셈이다.


지난 22~23일 충효정에서 투표가 열렸다. 장미 1,2,3차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오는 29일 개최하는 ‘협력업체 선정을 위한 합동설명회 및 2017년 주민총회’와 관련한 사전 투표 자리였다.

장미아파트 단지. /사진=김지훈 기자

40여년 전 강남 개발 시대에 들어선 송파구 일대 아파트들이 새롭게 탈바꿈한다. 장미아파트, 잠실 주공5단지 등이 새로운 주거지역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장미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지난해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재건축에 대한 주민 의지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며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송파구청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장미아파트의 재건축 조합 설립에 대한 주민 동의율은 57% 수준이다. 75%를 넘기면 재건축 사업의 시행자인 조합의 설립이 가능해진다.


단지 주변에는 ‘장미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는 송파구청과 함께 잠실의 모든 가치와 프리미엄을 만들어가겠습니다‘라는 노란색 플래카드도 걸려 있다. 주변 상가에는 '장미상가 재건축 50층 이상'이라는 상가 관계자들의 바람이 담긴 현수막도 걸렸다.

장미아파트 상가. /사진=김지훈 기자

장미 1,2,3차와 송파대로를 사이에 두고 ‘잠실 주공 5단지’도 재건축 열기가 뜨겁다. 장미와 주공 5단지를 합쳐 잠실역 사거리 주변 7500가구에 달하는 대단지가 재건축 대상이다.

잠실 주공 5단지 입구에는 '고층 아파트'란 40여년 전 명패가 걸려있다. 당시만 해도 주변에서 보기 드문 '15층' 고층 아파트였지만 지금은 어디 가서 명함을 내밀기 힘들다. 잠실 주공5단지는 또 한번 마천루 아파트를 꿈꾼다. 15층, 30개동, 총 3930가구 규모인 이 단지는 재건축을 거쳐 최고 50층, 44개동, 약 6000가구 규모로 건립될 전망이다.

해당 단지 조합은 잠실역 사거리 주변 일부 지역이 현재 제 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되면 50층 주상복합 건립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잠실 주공 5단지. /사진=김지훈 기자

잠실 주공 5단지는 경쟁력 있는 디자인을 위한 국제현상설계 공모도 나설 방침이다.

‘잠실5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미래 지향적이고 세계적인 수준의 설계를 갖춘 재건축을 위해 국제현상설계 공모에 나서게 됐다”며 "이를 위해 서울시에 공모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해당 공모는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이 진행한다. 기존 외부와 단절된 아파트 단지에서 나아가 지역 사회와 접점을 맺는 시설이 건립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도시공간개선단 관계자는 "50층 주상복합 공공기여(기부채납)분 설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공 5단지와 장미는 지하철 2호선·8호선 잠실역 초역세권이고, 단지 주변에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몰,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석촌호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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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에 양잠을 장려하기 위해 뽕나무를 심던 데서 유래한 이름이고, 현재는 서울 집값을 견인하는 '강남 3구 재건축시장'으로 통한다.

잠실이 속한 송파구의 재건축 열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장미와 주공5단지뿐 아니라 우성아파트, 미성,크로바 아파트, 진주아파트 등도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재건축 열기가 구 전역을 달구면서 아파트 매매시장도 호조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현재 송파구 아파트 1㎡당 평균 매매가는 758만원으로 1년 새 66만원 상승했다.

같은 기간 장미 1차 전용 85.88㎡ 시세는 8억8000만원으로 1억3750만원이 올랐다. 재건축 추진이 보다 진전된 잠실 주공 5단지 전용 82.51㎡는 15억7500만원으로 2억3500만원이 뛰었다.

구 내 아파트 시세도 보다 상승할 수 있다. 권일 부동산 인포 리서치 팀장은 "재건축이 순항한다면 일대에서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을 웃도는 가격대의 아파트 단지들이 잇따라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각각 주공 1·2·3단지를 재건축한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은 재건축 흥행으로 부동산 시장 주목을 받았다.

박원갑 국민은행 WM 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잠실 재건축 단지들은 충분히 매력적"이라며 "문제는 내년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부활을 조합과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이냐"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