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 정점은? 장비제조사 출하량도 '고공행진'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대호황을 누리면서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매출도 크게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고점에 다가섰다며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상승탄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우세한 상황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3월 북미반도체 총 장비출하액(잠정)이 20억262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전 세계 2000여개 회원사로 구성된 SEMI는 북미지역의 반도체 장비제조사들의 출하액의 3개월 평균치를 매월 발표한다.

북미 반도체장비업체들의 3월 출하액은 2월(19억7400만 달러)보다 2.6% 증가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11억9760만 달러) 보다 69.2% 늘었다.

3월 전공정 장비(웨이퍼 공정, 마스크/레티클: 마스크 패턴) 제조, 웨이퍼 제조 및 팹 설비) 출하액은 18억1000만 달러로, 전달 대비 1.3%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로는 77% 증가했다.

어셈블리 및 패키징, 테스트 장비 등 후공정장비 출하액은 2억2000만 달러 수준으로, 전달보다 15.7% 증가했다. 지난해 3월 대비로는 24.1% 늘었다.


한국 SEMI 관계자는 "3월 장비출하액은 통계수치를 보유하고 있는 2002년 이래 사상 최대 규모"라며 "반도체 장비 산업은 최근 반도체 투자 사이클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일각에선 반도체 업계의 이 같은 급격한 투자 증가는 추후 공급과잉을 부르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대체로 낙관적이다.

한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반도체장비 출하량은 반도체 시황보다 1년 이상 앞서는 선행지표"라며 "언젠가 공급과잉이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신규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걱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진단했다.

이민희 흥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스마트폰 재고조정의 연장, PC D램 현물가격의 약세 전환, 중국 및 미국 경기지표의 둔화 조짐 등이 나타나면서 반도체경기 고점에 대한 논란이 부각되고 있다"며 "이같은 고점 논란에도 '업-사이클'은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메모리 '업-사이클'을 주도하는 것은 낸드이며, 이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팽창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SSD의 가격이 소비자가 구매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는 '스위트 스팟'에 도달하면서 본격적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교체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와 SK하이닉스 (173,300원 ▼9,000 -4.94%)가 주력하는 낸드 시황이 계속 좋으면 D램도 나빠지기 어렵다"며 "이는 반도체 업체들이 설비투자 및 생산 캐파 운영을 낸드에 더 집중하기 때문에 D램 생산이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반도체 장비 시장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D램 투자가 늘어날 것이며,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양산 라인 투입도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