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호 "崔, '삼성동 2층' 돈으로 유연·유주 키우라 해"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 사진=뉴스1

최순실씨(61)가 검사실에서 검사의 눈을 피해 장시호씨(38)에게 "삼성동 2층 방에 있는 돈으로 딸과 손자를 키워라"라고 일러준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장씨는 최씨 말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돈을 챙기라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의 뇌물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진술했다.

특검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던 도중 담당 검사실에서 장씨를 만났다. 장씨는 담당 검사가 있는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울면서 살려달라고 최씨에게 애원했다고 한다. 장씨는 법정에서 "그때는 제가 무슨 잘못 때문에 왔는지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최씨는 "네가 무슨 죄가 있니. 내 심부름 한 건데"라면서 검사에게 "유진(장씨 개명 전 이름)이 언제 나갈 수 있나요. 제가 진술하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때 최씨가 자신을 껴안고 귀에 무슨 말을 하려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장씨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듣겠다'고 하자 최씨는 검사에게 "얘(장씨)는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었다. 검사가 장씨 혐의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자 최씨는 책상에 있던 A4를 반으로 접고 검사의 눈을 피해 글을 적기 시작했다.


최씨는 검사에게 물을 갖다달라고 했고, 검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A4 용지에 '삼성동 2층 방. 유주 유치원'이라고 적어 장씨에게 보여줬다. 유주는 최씨 딸 정유라씨(21)가 낳은 아들 이름이다.

장씨가 모르겠단 뜻으로 물음표를 적자 최씨는 검사에게 다시 물을 갖다달라고 했다. 검사가 정수기 쪽으로 간 사이 최씨는 장씨 귀에 대고 "잘 들어. 삼성동 2층 방에 돈이 있어. 유연(정씨 개명 전 이름)이 유주 그 돈 갖고 키워"라고 말했다. 검사가 돌아오자 최씨는 "유연이 유주가 무슨 죄야"라며 다시 울기 시작했다.

최씨는 장씨에게도 물을 갖다 달라며 다시 시간을 벌었고, 이번엔 장씨에게 "삼성동 경비가 너를 모르니 이모 심부름 왔다고 하면 문을 열어줄 거야"라고 몰래 이야기했다. 이후 최씨는 검사실에서 나오면서 "나는 심부름 한 것밖에 없는데 이게 뭐니. 나도 이제 이사장 이야기 다 해야겠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종종 박 전 대통령을 '이시장'으로 불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는 이때 최씨가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봤다고 진술했다. 특검이 "최씨 눈빛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느냐"고 묻자 장씨는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정말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에 돈이 있다는 것인지, 저희 사무실이 삼성동에 있는데 그 삼성동 2층이라고 한 것인지 잘 못 알아들었다"고 말했다.

특검 측이 "삼성동 2층이 어디였다고 생각하느냐"라고 질문하자 장씨는 "박 전 대통령의 사저"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대답한 이유를 묻자 장씨는 "제가 (사저에) 가본 적이 있어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씨는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시절 때 출입기자들을 집으로 초대한 적이 있었다"며 "그때 최씨와 같이 기자들에게 주는 식사를 서빙했다"고 설명했다.

"피고인(최씨) 말을 듣고 박 전 대통령의 사저에 거액의 현금이 있다고 생각하게 됐느냐"라고 특검 측에서 질문하자 장씨는 "네"라고 답했다. 돈의 출처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특검이 "지금도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에 최씨가 말한 거액의 현금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묻자 장씨는 "솔직히 그것까진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