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는 게 더 많은 펫보험…"차라리 적금 들자"

/사진=픽사베이

#8세 페르시안과 동거중인 묘(猫)주입니다. 아이가 지난달 골절상을 입었습니다. 수술비용이 150만원이 나와 펫보험을 알아봤습니다. 8세는 노령으로 질병이 많이 생길 수 있어 가입이 안된다고 하네요. 골절은 물론 귓병·미용·중성화 등도 지원 안한답니다. 보험료 낼 돈으로 적금 들기로 했습니다.

#3세 말티즈를 키우는 견(犬)주입니다.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펫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어느 날 반려견 뒷발에 종기가 나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보장조건에 따라 보험회사로부터 일부 환급받았습니다. 보험 만기날짜가 돌아와 갱신 신청을 했더니 보험기간 동안 청구받은 내역이 있어 갱신이 안된다는 겁니다. 그럼 보험기간 내 아프면 안된다는 건가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팸족(pet+family)이 늘면서 관련 보험상품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적은 보장 항목과 까다로운 가입·갱신조건 등으로 펫팸족 사이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반려동물 보유 가구는 전체 인구의 21.8%, 약 1000만명이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8000억원에서 2016년 2조3000억원으로 늘었고 2020년에는 5조8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빠르게 커가는 반려동물 시장 규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펫보험 가입률은 0.1%에도 못 미친다. 반면 영국은 약 20%, 미국·독일은 약 10%, 일본은 5%를 웃돈다.

◇안되는 게 많은 펫보험…"차라리 적금을 들지"

현재 국내 출시된 펫보험은 3개지만 모두 가입조건이 한정돼 있고 보상 항목도 적다. 노령은 가입이 안되고, 반려동물에게 자주 발생하는 질병들은 보장 항목에서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자료=각 사

삼성화재는 현재 '파밀리아스 애견의료보험'을 판매 중이다. 상해·질병치료비 손해에 자기부담금 1만원을 제외한 금액의 70%를 보상한다. 신규 가입시 동물 연령은 만 6세 이하여야 하고 과거 병력이 있으면 가입이 제한된다. 슬개골탈구·피부병 등은 보상하지 않는 손해다.

롯데손해보험은 '롯데마이펫보험'을 내놨다. 신규가입은 7세까지, 갱신 시 11세까지 가능하다. 보상범위는 수술·입원만 지원하는 상품과 통원진료까지 포함하는 상품 2가지로 보상 범위는 각각 50%과 70%다. 피부질환·녹내장 질환은 보장되지만 중성화·미용은 보장하지 않는다.

현대해상은 '하이펫애견보험'을 선보이고 있다. 반려견 7세까지 가입 가능하며 500만원 한도 내에서 질병·상해를 보장한다. 반려견이 타인에게 입힌 피해도 보상 가능하다. 자기부담금 1만원 외 60~80%를 보상받을 수 있다. 고관절·구강 관련 질환은 지원하지 않는다.

박길용 원동물병원장은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을 찾는 가장 흔한 이유로 종합백신·중성화·미용 등을, 가장 잘 걸리는 질병으로 귓병·슬개골탈구·알레르기 등을 꼽았다. 펫보험은 이들 중 대부분을 지원하지 않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펫보험 가입을 망설이는 질문자에게 펫보험 대신 적금에 가입하기를 추천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외국 펫보험, 보상 범위 넓고 다양…한국은 '글쎄'

펫보험의 갱신 기준이 불분명해 일회성이라는 비판도 있다. A씨는 보험료 약 50만원을 내고 펫보험에 가입했다. 간단한 수술을 받은 반려견의 수술비가 37만원 나왔고 70% 보상 조건에 따라 약 21만원을 돌려받았다. 이후 별다른 수술·질병 없이 보험이 만료됐다. 갱신을 문의했지만 보험회사 측은 손해율이 높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A씨는 "보험을 들어놓고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냐"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영국·미국·독일 등 펫보험 가입률이 높은 나라에서는 한국보다 보험료가 더 비싸지만 보상의 폭이 훨씬 넓고 종류도 다양하다. 이들은 동물병원 진료비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의 도난·실종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한다. 또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시 운송비를 지원하고, 펫시터(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사람)에게 반려동물을 맡길 때 비용 청구가 가능한 상품도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이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다양한 응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며 "한국의 펫보험 가입률이 저조한 건 보장 항목이 적고 보험상품으로서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