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급히 판 부산신항 이용료 비싸서 못쓴다?

현대상선 (14,950원 ▲40 +0.27%)이 부산신항만을 수출입 및 환적화물 기지로 100% 활용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상선이 지난해 3월 싱가포르 PSA와 맺은 '독소 조항'때문이다.

2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PSA는 지난해 3월 현대상선이 자금 마련에 다급하다는 '약점'을 이용, 이른바 '독소 조항'을 맺었다. 이때 현대상선은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의 자금 마련 계획에 따라, 모항 역할을 하던 부산신항 4부두 운영사 HPNT(현대부산신항만)의 지분 50%+1주 가운데 40%+1주를 PSA에 800억원에 매각했다.


독소 조항은 현대상선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연 70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분량의 터미널 이용료를 PSA에 내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부터 매년 한자리수 초반대의 요율로 터미널 이용료를 인상한다는 문구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상선 선박이 부산신항 입출항시 4부두 터미널 HPNT만 이용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이들 주요 2개 조건 중 1개라도 어길 경우 TEU당 약 2만원 벌금을 물어야 하는 페널티 조건도 붙었다. PSA는 싱가포르항만공사의 투자법인으로, 본사를 싱가포르에 두고 세계 각지에서 터미널을 운용한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 국내 유일의 국적 선사가 됐지만, 정작 모항인 부산항에서 외국계 터미널 운영사의 횡포로 외국 해운사보다 더 비싼 요율을 적용받고 있다.

현대상선 배가 컨테이너를 한번 싣거나 내리는 '수출입 화물'의 경우, 4부두 터미널에서 20피트당 9만원 이상을 낸다. 2M 배에 실린 현대상선 컨테이너가 타부두에서 하역될 때 보다 20~30% 가량 비싸다.


싣고 내리는 두가지 작업을 하는 '환적 화물'의 경우 터미널 이용료가 더 비싸다. 현대상선 배는 4부두만 사용해야 하는데, 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9만원 후반대 비용을 지불한다. 타 부두 환적 비용보다 20% 가량 비싸다.

현대상선은 4부두 터미널 이용료가 1, 2, 3 부두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 70만TEU만 채우면 나머지 물량을 중국 상해, 청도, 닝보, 대만 카오슝으로 돌리고 싶은 상황이다. 이미 현대상선은 부산신항을 피해 중국 상해, 청도, 닝보, 대만 카오슝에서 일부 환적을 실시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올해 총 150만TEU 이상 물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총 비용에서 터미널 이용료가 30%를 차지한다"며 "PSA가 현대상선에만 적용하는 높은 요율을 고수한다면 현대상선은 보장 물량 이외는 해외 터미널을 이용할 것이고, 이는 부산항 환적물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