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업계 최고령 동일권 펀드매니저, 현업 복귀…6월 운용사 설립

자산운용업계 최고령 펀드매니저로 활동했던 동일권 라자드자산운용 전 대표(63)가 조만간 현업에 복귀한다. 동 대표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를 설립해 '성장주 장기투자 철학'을 이어갈 계획이다.

동일권 라자드자산운용 전 대표.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 대표는 미래에셋센터원 빌딩에 사무실을 내고 오는 6~7월을 목표로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현재는 부티크(유사투자자문) 형태로 기업 인수합병(M&A) 주선을 진행 중인데 이 프로젝트가 끝나는 시기에 맞춰 운용사를 열 예정이다.


동 대표는 라자드자산운용이 한국 사무소를 설립한 2005년부터 대표를 맡아 12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운용업계 최장수 대표이사(CEO) 중 한 명이다. 1955년생인 동 대표는 2010년부터 대표펀드인 라자드코리아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등 운용업계 최고령 펀드매니저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라자드코리아 펀드는 동 대표가 운용하던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플러스 수익을 냈다. 특히 2015년에는 한 해에만 27.29%의 수익을 내며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기간 라자드코리아 펀드로 자금이 밀려들어 2015년 5월까지만 해도 100억원대에 그쳤던 설정액은 2016년 4월에는 19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하반기부터 증시 주도주가 중소형 성장주에서 대형주로 급변하면서 펀드 수익률이 악화돼 지난해에는 -20.77%의 부진한 성적을 냈다. 현재 이 펀드의 설정액은 649억원으로 위축됐고, 결국 동 대표는 지난달 회사를 떠났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펀드 수익률 악화가 동 대표의 연임에 부담이 됐을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시장 변화로 인해 장기투자 철학을 가진 펀드매니저들이 단기 성과로 평가받는 시스템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동 대표 역시 "6~10년 가량 길게 보고 투자해왔는데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투자자들은 대부분 1년~1년 반의 단기 성과를 보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 수명이 짧기로 유명한 국내 자산운용업계 풍토에서 장기간 현역에서 활동해온 동 대표의 퇴사에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그는 한국 나이 63세로 이미 환갑을 넘었다. 미국이나 영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워런 버핏(1930년생) 등 오랜 시장 경험을 가진 60대 이상의 펀드매니저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동 대표는 사모펀드 운용사를 설립해서도 기존의 운용철학을 지킬 방침이다. 그는 라자드코리아 펀드 운용 당시 '주가는 기업의 중장기 사업성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신념에 따라 기업을 평가할 때 △2년, 5년, 10년 등 중장기에 걸쳐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 구조적으로 변화를 선도하고 있는지 △해당 산업 내에서 경쟁기업과 비교해 우위에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평가했다.

동 대표는 국내 주식시장과 관련해서는 오랜 기간 소외됐던 성장주들이 다시 상승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는 "대형주가 1년 반 동안 꾸준히 올랐고 쉽게 고꾸라질 것으로 예상하진 않지만 상승 폭은 둔화될 수 있다"며 "미래 성장성은 여전하지만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성장주의 경우 탄력있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편, 동 대표는 사모펀드 운용 이후 회사의 투자역량이 축적되면 추후 공모펀드 운용사를 설립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