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220대 기록 뒤져 '승차거부 뺑소니범' 검거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택시에 타려는 손님을 떼어내려고 차량을 급가속해 손님에게 중상을 입힌 택시기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택시 220여대의 운행기록을 추적한 끝에 검거에 성공했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택시기사 김모씨(61)를 특가법상도주치상(뺑소니) 혐의로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보강 조사 이후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김씨는 지난달 26일 밤 12시10분쯤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도로에서 택시에 타려던 이모씨(46)를 넘어뜨리고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이씨는 손을 흔들어 김씨의 택시를 세운 후 조수석 문 손잡이를 잡았다. 김씨는 이를 알았지만 이씨를 떼어내기 위해 택시를 급가속했다.

이씨가 손잡이를 잡은 상태에서 택시는 약 15미터를 움직였다. 이씨는 도로에 넘어졌고 안면부 골절상 등 전치 6주의 부상을 입었다. 김씨는 사람이 다쳤다는 사실을 알고도 아무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혐의를 받는다.

조사 초기 경찰은 김씨 택시가 주황색 영업용 택시라는 것밖에 알 수 없었다. 도주 예상 경로를 따라 CC(폐쇄회로)TV 수십 대를 분석했지만 차량 번호 특정이 어려웠다. 목격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 조사결과 용의차량으로 보이는 택시의 왼쪽 면에서 '하'라는 문구가 기재된 광고 스티커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는 아파트 분양 광고였다.

경찰은 이를 단서로 서울 시내 용의 택시 220여대를 분석했다. 이 택시들의 운행기록장치에서 확인한 이동 궤적을 정밀 분석한 결과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다. 경찰은 결국 범행 20여일 만에 김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범행 사실을 전면 부인 했지만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지금은 일부 범행 사실을 시인하고 있다"며 "보강 조사 후 범죄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