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대 체육특기생 학사관리 개편'…'엘리트 체육 기조' 바뀔까

김용학 연세대 총장(오른쪽 두 번째)이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체육특기자 선발 및 학사관리’ 관련 고려대 총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26일 연세대·고려대가 공동으로 발표한 체육특기생 선발·학사 관리 방안은 '공부하는 운동선수 육성'이 핵심이다. 교육부가 지난 9일 내놓은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 방안과 맥이 닿아 있다. 이를 위해 두 학교는 현재 중학교 3학년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1학년도부터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지금까지 두 학교는 체육특기생을 선발할 때 경기 실적을 중심으로 학생부와 면접을 일부 반영했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나 내신 등의 최저학력기준은 없었다.

두 학교가 이처럼 체육특기생 선발 방식을 변경키로 하면서 이른바 '엘리트 체육' 기조에도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연세대와 고려대의 체육특기생은 각각 162명, 225명에 달한다.


◇ "대학 스포츠 역할 변화…운동선수 이전에 기초학력 갖춰야"

김용학 연세대 총장과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체육특기생 선발·학사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박만섭 고려대 교무처장은 "두 학교는 대학 스포츠의 역할 변화에 따라 체육특기자생 운동선수 이전에 학생으로서 기초학력을 갖춰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2021학년도부터 체육특기생 선발에서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고 학사관리를 철저히 해 학업과 운동을 병행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의 최저학력기준은 수능 혹은 내신 상위 70% 수준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이호근 연세대 교무처장은 "100명 중 70등에 들어야 학생선수로 뽑겠다는 의미"라며 "학생들의 의견을 취합해 점차 기준을 더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고려대는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다. 염 총장은 "학내 논의 등을 거쳐 늦어도 올 가을쯤 최종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 "운동기계 벗어나 교육 정상화 이뤄질 것"

체육특기생의 학점 관리도 강화된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이미 교육부 방침에 따라 올 1학기부터 평균 C학점을 받은 학생들은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연세대는 학점 미달 선수에 대해 리그출전을 제한하는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KUSF) 규정에 따라 올해 U리그에 출전하지 못했다. 연세대는 개인종목 선수 선발도 점차 줄일 방침이다. 김 총장은 "골프같은 개인종목 선수를 위한 체육특기생 전형은 단계적으로 축소해 없앨 것"이라며 "(일반 학생과 비슷한 학업 기준을 두고 학생 선수를 선발하는) 미국 스탠포드대 모델을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연세대와 고려대가 체육특기생 선발에 변화를 꾀하면서 실기 중심의 체육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염 총장은 "지난 50여년간 스포츠 엘리트를 배출해온 두 대학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번 변화로 학생들이 기계적으로 운동만 하는 현실이 바뀌고 교육의 정상화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체육계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신승호 국민대 교수(스포츠교육)는 "최저학력기준이 상위 70% 수준이라면 학생 선수들의 의식을 바꾸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최근 대회출전 방침 등의 변화로 체육계도 많이 달라졌다"며 "수업도 안 들어오던 학생들이 교실에 들어오는 변화가 일어난 것을 고려하면 연세대와 고려대의 방침 변화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기력 저하 등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서울의 한 체육교사는 "학생선수의 경우 운동을 할 수 있는 체육관 등 시설이 학내에 없어 수업을 빠져야 할 만큼의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해결책 없이 무조건 공부도 잘하라는 것은 선수들에게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