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마트 몰린 '격전지'에 신규점 낸 롯데마트…"1층은 물건 안 팔아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오픈한 롯데마트 '서울양평점'. /사진제공=롯데마트

"누가 고객의 시간을 붙잡아 두느냐의 문제입니다. 그야말로 '마트 격전지'에 롯데마트 단독 매장을 연 이유입니다."

26일 롯데마트가 12년 만에 서울 시내 대형 단독매장으로 선보인 '서울양평점' 프리오픈 현장에서 서현선 매장혁신부문 상무는 이같이 말했다.


서울양평점은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매장면적 1만3775㎡ (약 4167평), 지하 2층~지상 8층 규모로 들어섰다. 롯데마트가 서울에서 복합쇼핑몰 내 입점이 아닌, 매장면적 1만㎡(약 3000평) 이상 단독 매장을 연 것은 2005년 6월 구로점 오픈 이후 처음이다.

서 상무는 120m 초지근거리에 회원제 할인마트 코스트코를 비롯해 반경 3㎞ 이내 이마트, 홈플러스 등 10여개 마트가 영업 중인 지역에 마트를 오픈 한 이유에 대해 "물론 숫자(상권분석 결과)적으로도 여력이 있다고 판단됐지만 이미 '보이지 않는 경쟁'이 시작돼 오프라인에 한정된 경쟁은 의미가 없다"며 "어떻게 고객이 오도록 하고 어떤 가치를 제안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양평점은 그런 의미에서 롯데마트 내부적으로도 새로운 '실험'이다. 인근 여의도, 마포에 직장을 둔 30대 워킹맘들을 주 고객으로 잡았다. 1차 상권인 양평동, 문래동, 당산동 일대 20~30대 비율은 전국 평균 대비 8.8% 높다. 지역 주민의 소통공간이자 힐링공간, 총체적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26일 프리오픈한 롯데마트 서울양평점 1층 힐링공간 '어반 포레스트'. /사진제공=롯데마트

우선 1층부터 일반 마트와 다르다. 많은 매출이 발생하는 매장 1층을 고객의 휴식공간으로 조성했다. '어반 포레스트'(Urban 4 rest)라고 이름 붙인 넓은 카페와도 같은 공간을 나무, 담쟁이 덩굴 등을 활용해 도심 속 숲으로 꾸몄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좌석들이 배치돼 지역 주민들이 모여 쉴 수 있게 했다.

대형마트 최초로 커피전문점 '폴바셋'도 이곳에 자리했다. 방송인 홍석천이 운영하는 '마이타이'(태국음식), 인도요리 전문점 '강가' 등도 이례적으로 입점했다. 이와 함께 각종 '맛집'의 팝업 코너들을 교체하며 선보여 참신함을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최대한 동선을 늘려 고객이 많은 상품을 보게끔 하는 기존 마트의 '관습'도 버렸다. 지상 1층에서 지하 1층을 건너뛰고 신선식품 등을 판매하는 지하 2층으로 바로 연결되는 '익스프레스 에스컬레이터'를 설치, 고객들에게 효율 높은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지하 2층은 마트의 메인 '식품 코너'가 들어섰다. '클린글라스 스테이션'에서는 회나 생선 원물을 해체, 시현하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다. '스테이크 스테이션'에서는 고기를 구매한 고객이 원하면 직접 구워줘 이를 매장에서 바로 먹으며 휴식을 취하거나 테이크아웃처럼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등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매장 내 드라이에이징(dry aging), 웻에이징(wet aging) 전용 숙성고도 9대 설치돼 다양화, 고급화하는 고객의 입맛에 대응했다.

26일 오픈한 롯데마트 서울양평점 '스테이크 스테이션' 코너. /사진제공=롯데마트

지하 1층에는 수납, 인테리어 가구뿐만 아니라 집안 보수까지 '리빙'에 관련한 모든 솔루션을 제안하는 자체 브랜드 '룸바이홈' '룸바이키친'과 패션 잡화 브랜드 '잇스트릿', 다양한 연령과 성별을 커버하는 속옷 브랜드 '보나핏', 자체 의류 브랜드 '테' 등이 들어섰다.

가족과 함께 즐기는 체험공간 꾸미기에도 신경 썼다. 지상 2층에는 가정양판점 '하이마트'를 비롯해 스포츠시설 '챔피온', 세계 최대 장난감 전문 매장 '토이저러스'(Toysrus) 40호점 등이 들어섰다.

토이저러스는 7곳의 '포토 스팟'에서 아이언맨, 엘사 등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AR(증강현실)와 무선 자동차, 드론(무인기) 등을 작동하거나 탈것들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어린이 체험에 넓은 공간을 할애했다. 완구 마니아를 위한 '키덜트존'(Kidult Zone)도 마련해 어른과 아이 모두 즐길 수 있게 했다.

두 살 딸과 프리오픈 직후 매장을 찾은 주부 오모씨(41·양평동 거주)는 "갈치, 과일 등을 구매했는데 신선코너를 둘러보니 프리미엄 백화점 매장같이 잘 꾸며져 있다"며 "상품 구색도 다양해 자주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양평동 주민 이모씨(55)는 "들어서는 순간 1층 분위기가 카페 같고 다른 마트들과 달라서 새롭다"며 "동네 친구들과 방문하기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서울양평점의 올해 12월까지 매출 목표를 800억원(1년 기준 1200억원)으로 잡고 하루 평균 7000명 이상 방문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평균 매장 대비 30~40%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롯데마트는 지역별로 특화한 다양한 콘셉트 매장을 선보이며 할인점 성장둔화기에 '새로운 가치'로 승부한다는 방침이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이사는 "서울양평점은 쇼핑을 귀찮은 일로 여기게 된 상황을 극복하고자 도심 속 힐링공간으로 재창조하는 데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다"며 "이전에는 볼 수 없던, 고객이 편히 쉬고 즐길 수 있는 매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프리오픈한 롯데마트 서울양평점 축산코너. /사진제공=롯데마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