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은행연, '외국환·법인지급결제' 놓고 2차 '설전'

금융투자협회와 은행연합회가 두 번째 설전을 벌였다. 지난 2월에는 두 협회장이 '신탁업법 제정'을 놓고 기자회견을 자청해 설전을 벌였다면, 이번에는 외국환 및 법인지급결제 업무의 증권사 허용 문제를 놓고 또다시 신경전에 돌입했다.

(사진 왼쪽부터)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사진=머니투데이DB

금투협은 26일 "미국·영국·일본의 경우 증권사의 외국환 업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일본·미국에서 비은행금융기관의 외국환 업무를 허용한 사례가 없다"는 은행연합회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금투협은 "미국은 증권사의 외화(현물환) 환전·송금을 제한하는 법 규정이 없고, 증권사도 자금송금업 라이선스를 취득해 외화환전·송금 업무를 영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일본도 증권사가 금융상품업을 영위하면 부수 업무로 환전이 가능하고, 영국도 지급결제기관으로 등록해 인가를 받으면 외화환전·송금업무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일본·캐나다 등 선진국에서 증권사가 지급결제 시스템에 직접 참가한 사례는 없다'는 은행연합회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금융투자업계는 그동안 은행만 가능한 법인지급결제 업무를 증권사에도 허용해 달라고 주장해 왔다.


특히 선진국 증권사들이 지급결제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는 것은 은행업과 증권업의 겸영 환경이 국내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미국·일본 증권사는 은행을 자회사로 소유할 수 있어 증권사가 직접 라이센스를 가질 필요가 없는 반면 국내에선 현실적으로 증권사의 은행 소유가 불가능하다는 것.

금투협은 "증권사가 직접적으로 해당 인가를 보유하느냐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해외의 유수 IB(투자은행)처럼 지급결제·외환 등 IB 업무에 필요한 기본적인 업무를 영위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협회는 지난 2월에도 협회장들의 설전으로 맞대결을 벌인 바 있다. 금융위원회가 오는 10월 기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 신탁업법을 떼어내 제정하겠다고 밝힌 게 단초였다.

금융사가 고객 자산을 알아서 굴려주는 '불특정 금전신탁'은 자산운용사의 고유 업무인데,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신탁업법 제정) 논의에 불특정금전신탁을 포함 시켜야 한다"며 은행의 참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황영기 금투협 회장은 "(은행 전유물인) 법인 지급결제를 증권사에도 허용해달라"며 맞불을 놓았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증권사는 법인·개인에 지급결제 업무를 할 수 있지만, 은행권 반대로 개인 업무만 허용돼 있다.

결국 양 업권의 '고유 업무'를 둘러싼 해묵은 대결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지만, 업계에서는 드러내놓고 갈등을 반복하는 대결의 시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황 회장의 임기는 내년 1월, 하 회장의 임기는 오는 12월로 재임의 성패를 결정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또 금융업권 최대 이슈인 신탁업법 제정을 위해 정부가 운영 중인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 기한도 오는 5월까지다. 업권간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에도, 적극적인 여론전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밖에 금융업 영업 환경이 어려워진데 따른 위기의식의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은 예대마진에 기대는 전통적 수익구조가 한계에 다다랐고, 금융투자업계 역시 주식 거래 수수료 '출혈' 결쟁이 벌어지는 등 전통적인 수익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실정"이라며 "오래됐지만, 결코 간단치 않는 논쟁인만큼 양측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