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감소한 현대차…깜짝실적+주가반등 이유는?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부진을 겪었던 현대자동차가 예상외 깜짝실적을 발표했다. 판매대수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1만대 넘게 줄었지만 고가 모델인 '그랜저' 흥행에 힘입어 수익성을 방어했다는 평가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발 중국 판매부진 충격이 본격화하는 2분기를 맞아 수익성 강화가 실적개선의 열쇠가 될지 주목된다.


현대차는 26일 전일 대비 6500원(4.5%) 상승한 주당 15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초 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 확인된 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지난 5일 이후 15거래일 만에 15만원대에 재진입했다.

현대차는 이날 외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세에 힘입어 1%대 강세로 시작했다. 외인 매수로 코스피가 나흘 연속 강세를 보인 영향을 받았다. 오전 장 내내 삼성전자가 약보합세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순환매 수요가 현대차로 이동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가 오후에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가 급등했다. 현대차 1분기 매출(연결기준)은 23조3660억원, 영업이익은 1조2508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정보회사 와이즈에프엔이 추정한 현대차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 1조1813억원보다 5.9% 많아 어닝서프라이즈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자 보합권에 머물던 주가가 1시간여 만에 급등했다.

증권업계는 당초 현대차의 1분기 판매대수가 108만9922대로 1.6% 줄어든 점을 감안해 부진한 실적을 전망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선 3월 한 달에만 44.3% 줄어든 성적표를 받았다. 보수적인 증권사는 1조원대 영업이익 달성조차 어려울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았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현대차가 실적 방어에 성공한 배경에는 국내시장 ASP(평균판매단가) 상승이 자리하고 있다. 올 1분기 현대차 ASP는 2700만원으로 추산되는데 과거 2400만원대에서 10% 이상 개선된 수치다.

울산 공장의 소형차 '엑센트' 라인이 가동을 멈췄고,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 '그랜저IG'가 매달 1만대 넘게 팔리며 엑센트의 판매대수 공백을 채웠다는 것. 동시에 'LF쏘나타 뉴라이즈' 등 내수시장에서 신차 효과를 거두며 최악의 실적을 모면한 것으로 보인다.

차량 금융부문의 영업이익률도 4%대로 선방했고 세타2엔진 리콜비용 충당금도 예상범위 안에 있어 실적 충격을 완화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가 모델인 그랜저와 '제네시스'의 판매가 늘어나 국내 ASP가 2700만원대로 상승했다"며 "엑센트 판매가 빠져나간 실적을 고가 모델이 채우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2분기 전망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ASP와 판매실적을 1분기 수준으로 유지할지와 사드 후폭풍이 여전한 중국시장에서의 판매량 감소 정도에 따라 실적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엑센트 등 소형·저가 모델 생산을 멕시코 등 해외공장으로 옮기면서 ASP는 높아졌지만 국내 시장실적이 뒷받침될지를 확신하기 어렵다. 또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일본 완성차 업계가 6개월간 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1분기 깜짝 실적으로 안심하긴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