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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섬…"매연은 일상, 화장실 안가려 피임시술도"

['한 평' 노동]<1>톨게이트 요금 징수원 "톨게이트 자동화 추진에 해고될까 걱정"

머니투데이 이슈팀 심하늬 기자 |입력 : 2017.04.29 06:40|조회 : 497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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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 평(3.3㎡) 남짓한 공간의 일터에서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업무 공간이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이 주목받는 지금, 5월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각기 다른 일에 종사하는 ‘한 평 근로자'의 생활과 근무 환경을 3회에 걸쳐 들여다본다. <1회>톨게이트 요금 징수원-<2회>구두 미화원-<3회>지하철 가판대 상인
톨게이트(왼쪽)와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받고 있는 근로자/사진=심하늬 기자
톨게이트(왼쪽)와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받고 있는 근로자/사진=심하늬 기자

차가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 위에 0.5평(1.65㎡)의 섬들이 있다. 바다 대신 차도로 둘러싸인 섬, 톨게이트다. 섬은 곧 무인도가 될 예정이다.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는 2020년부터 전국 톨게이트에 ‘스마트 톨링(Smart Talling·차량번호를 영상 인식해 통행료를 자동결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톨게이트를 무인화할 계획이다. 일자리에 위협받고 있는 톨게이트 요금 징수원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화장실 가기 힘들어 피임 시술까지…퇴근 후엔 코가 거멓게

지난 21일 수도권의 한 톨게이트에서 만난 10년차 요금 징수원 A씨(46)는 화장실을 가야하는 상황이 가장 괴롭다. 요금소에서 화장실에 가려면 지하 통로로 내려와 한참을 걸어야 한다. 잠시 요금소를 맡아줄 사람이 없으면 화장실에 갈 수 없다.

톨게이트 징수원들은 대부분 30대 후반~50대의 여성. 3교대로 근무한다. 식사·휴게 시간 각각 30분씩을 포함해 하루 9시간을 톨게이트에서 보낸다. 주말과 공휴일, 명절에도 일한다.

요금소에서 화장실에 가려면 긴 지하통로를<br />
 걸어야 한다/사진=심하늬 기자
요금소에서 화장실에 가려면 긴 지하통로를
걸어야 한다/사진=심하늬 기자

톨게이트에서 12년간 근무한 도명화 민주연합노조 여성부위원장은 “화장실을 맘껏 못가니 방광염 등 질병이 생기는 사람도 있다”며 "생리 때도 화장실에 충분히 못 가 생리량이 많은 사람들 중에는 생리를 안하려고 팔에 피임기구를 넣는 시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매연과 미세먼지는 일상이다. 요금소 왼쪽 창문은 요금 징수를 위해 항상 열려 있다. A씨는 “일을 마치고 코를 풀면 검은 코가 나오고, 셔츠를 입으면 창문을 열어둔 쪽 팔부분이 금세 까매진다"고 말했다.

도공 관계자는 “최근 톨게이트 공기질, 소음 측정결과를 보면 대부분 기준치 이하"라며 “매연·미세먼지 방지를 위한 에어커튼과 전기 집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기질을 측정할 때는 기계를 모두 켜고 측정한다.

하지만 이날은 기계가 모두 꺼져 있었다. A씨는 “에어커튼을 켜면 통행료를 주고받을 때 돈이 날린다"며 "소음도 커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요금 징수원들은 마스크와 마이크가 필요하다고 요구하지만 국내에서는 서비스직의 특성상 마스크 착용을 꺼리는 분위기다. A씨는 “창문 크기를 위아래로 조절할 수 있게 하고, 마스크와 이어 마이크를 착용하면 숨쉬기가 훨씬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톨게이트, '무인도'되면…8000여명 징수원은 '난민'

스마트톨링 시스템이 도입되면 현재 고속도로 톨게이트 420여곳에서 일하는 요금 징수원 8000여명이 새 일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이들을 콜센터 및 영상 보정 센터 인력으로 전환하거나 민자 고속도로로 이직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대책으로 들었다. 도공 관계자는 “영상 판독 요금 징수로 바뀌면 민원 전화가 훨씬 늘 것”이라며 “콜센터 인력을 현재 70여명에서 300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인데 요금소 직원들을 우선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영상 판독의 정확도가 100%가 아니라 영상 보정 센터를 만들 계획인데 요금소 직원을 영상 판독하는 인원으로 전환 고용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정부 대책이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본부지부 측은 “콜센터나 영상 보정 센터는 특정 지역에만 세워지기 때문에 실제 일할 수 있는 인원은 적을 것"이라며 "민자 고속도로도 무인요금소로 전환하는 추세여서 이직이나 지속 고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도공은 징수원들을 인위적으로 해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스마트 톨링으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이 크다. 노조 관계자는 "업무 제대로 못하면 스마트 톨링 될 때 정리해고될 수 있다고 협박하는 관리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요금 징수원이 하루를 보내는 요금소 내부/사진=심하늬 기자
요금 징수원이 하루를 보내는 요금소 내부/사진=심하늬 기자

◇"0.5평에 온전히 혼자…어쩌면 가장 자유로운 내 공간"

톨게이트 요금 징수원 중에는 고된 환경에도 불구하고 10년 이상 장기 근무한 이들이 적지 않다. 단순히 재취업이 어려워서만은 아니다.

"오롯이 혼자일 수 있어서 좋아요. 내 독립된 공간이니까. 그래서 이 일이 좋아요.” 하루 종일 좁은 데서 답답하지 않냐는 질문에 12년차 요금 징수원 B씨(44)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야간에는 책도 읽는다. 원칙적으로는 요금 징수 외에 다른 일을 하면 안 되지만, 차가 정말 드물 때는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야간 근무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에어컨은 잘 나오는지 목은 안아픈지 가족들의 걱정도 크다. 차도 위에 혼자 덩그러니 놓여 있으니 위험한 순간도 많다. 야간에는 대놓고 창문으로 손을 넣어 징수원을 주먹으로 치고 돈을 훔쳐가는 사고도 있다. 성희롱하거나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8년차 요금 징수원 C씨(43)는 “일이 다 좋기만 한 건 아니지만, 어차피 집에 가도 쌓인 일거리에 자식들 뒤치닥거리에 머리 아플 때가 많다”며 “그래도 요금소에서만은 온전히 혼자여서 자유로운 기분"이라고 말했다.


모락팀 심하늬
모락팀 심하늬 cremolic@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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