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삼성전자 "초대형 호재 터졌다"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백지화하고 보유 중이던 자사주 13.3%를 소각한다는 엄청난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결정을 어떻게 해석할지 투자자들이 갈팡질팡하는 가운데 노무라증권이 "주가에 초대형 호재"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27일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는 전일대비 5만2000원(2.43%) 오른 219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222만6000원의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고 장중·장 마감 기준 신고가를 모두 경신했다.

모건스탠리, UBS, JP모건 창구를 통해 외국인 매수가 대량 유입되며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568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특히 지배구조 이슈에 민감한 유럽계 외국인 자금이 '사자'에 나서며 사상 최고가 돌파를 견인했다.

종가 기준 삼성전자 보통주의 시가총액은 306조원으로 시총 3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40조원 어치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소각되는 자사주는 보통주 1798만1686주와 우선주 322만9693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13.3%(보통주 12.9%, 우선주 15.9%)다.


장기간의 자사주 매입으로 누적된 약 40조원 규모 자사주는 그간 지주사 전환을 위한 포석으로 간주됐다. 자사주는 평소에는 의결권이 없는 주식이지만 지주사 전환시 의결권이 부활하며 대주주가 자사주 지분율만큼 사업자회사 지분율을 확보할 수 있어, 오너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18대 국회에서는 지주사 전환시 자사주에 의결권을 부여하는 '자사주의 마법'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자사주 의결권 부활로 대주주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그룹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어, 소액주주의 이해관계에 반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주사 전환 포기와 함께 누적했던 자사주 전량 소각을 선언해버렸다. 지주사 전환 백지화 소식에 장 초반 주가가 출렁였지만 지주사 전환 포기와 자사주 소각이 호재라는 것을 파악한 외국인의 매수세에 상승 반전했다.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한국법인 리서치센터장은 "다수가 지주사 전환이 주가에 호재라고 생각했지만 지주사는 지배구조 측면에서 이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지주사 전환을 통해 대주주가 손쉽게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순환출자보다는 낫지만 좋은 지배구조는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포기는 악재로 볼 수 없는 뉴스"라며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쉽게 강화시켜 주는 방식 대신, 삼성그룹은 다른 방식의 정당한 지배력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사주 13.3%를 소각하면 삼성그룹 최대주주인 이건희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18.5%에서 21.3%로 높아지게 된다. 대주주뿐 아니라 소액주주들도 전부 지분율이 동반 상향된다.

정 센터장은 "지주사 전환 포기로 이제 주주가 지분을 가진 만큼 권리를 행사하는 '주주민주화'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며 "코스피 3000의 전제조건으로 이같은 주주친화정책의 강화를 전망했는데 삼성전자가 선제적으로 행동을 취하면서 코스피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대형 호재가 되겠다"고 해석했다.

한편 지주사 전환 기대감이 사라지며 삼성물산 (138,200원 ▼2,100 -1.50%)과 삼성에스디에스 (147,400원 ▼2,200 -1.47%)는 급락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물산은 6.84% 하락했고 삼성에스디에스도 6.48% 내렸다. 반면 삼성전자의 주요주주인 삼성생명 (77,300원 ▼700 -0.90%)은 자사주 소각 수혜로 2000원(1.85%) 오른 11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엿새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1.62포인트(0.07%) 오른 2209.46에 마감했다. 2011년 5월 2일(2228.96) 이후 최고점으로 올라섰으며 사상 최고치(2231.47)까지 불과 22.01포인트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