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예상대로' 지주사 전환 전면 백지화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이정혁 기자
김성은 기자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가 27일 지주사 전환을 전면 백지화했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주주제안으로 지난해 11월 말 전환 계획 검토를 공식화한 지 5개월만에 내린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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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이사회 개최 후 "지주사 체제가 사업 경쟁력 강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경영 역량의 분산 등 사업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지주사 전환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스마트폰·TV·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부문이 균형을 이룬 현재 구조가 이미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도 밝혔다.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논의는 지난해 10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자사주 가치실현 방안으로 삼성전자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것을 제안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당시 엘리엇은 펀드 자회사를 통해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미국 나스닥 상장 △삼성전자 지주사와 사업회사 이사회 구성 개선 △특별현금 배당과 지속적인 주주환원 등을 요구했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본인이 지분구조보다 경영성적표로 인정받겠다는 지론이 강한 데다 당시에도 이미 사업구조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판단이 선 상황이었다"며 "내부적으로는 2014년 처음 논란이 불거졌을 때부터 지주사 전환에 부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날 이사회에서 오는 5월과 내년 2차례로 나눠 시가 40조원을 웃도는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기로 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향후 엘리엇매니지먼트 등의 제안으로 지배구조 개편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지주사 전환 잠정중단이 아닌 완전폐기를 선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대신 지난해 말 주주가치 제고방안으로 발표한 '거버넌스위원회' 신설을 이날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칠 경영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다. CSR위원회가 맡아온 각종 사회공헌활동도 거버넌스위원회가 맡게 된다.

거버넌스위원회에는 삼성전자 사외이사인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과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 송광수 전 검찰총장, 이병기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 5명이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