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의상사 "崔한테 옷값 8000만원 따로 받아"

최순실씨/ 사진=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상 제작을 도맡았던 의상사가 법정에서 최순실씨(61)에게 박 전 대통령의 옷값을 따로 받았다고 증언했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옷값을 대신 부담한 것이 맞다면 두 사람 사이에 '경제 공동체' 관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고,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의상사로 근무했던 홍모씨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 심리로 열린 이영선 청와대 경호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2013년 3월부터 10월까지 청와대에 정식 출입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의상 20벌을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홍씨는 이 기간 동안 청와대에서 300만원의 월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홍씨는 같은 기간 동안 최씨에게서도 옷값 명목으로 매달 1000만원씩 총 8000만원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특검 측에서 "2~3회 정도는 최씨 건물 관리인인 문모씨가 남산 사무실로 와서 현금 봉투를 주고, 나머지는 최씨가 직접 봉투로 준 것이냐"라고 묻자 홍씨는 "네"라고 답했다.

홍씨는 박 전 대통령 취임 전인 2011년과 2012년에도 옷 15벌을 만들었고, 최씨에게서 옷값을 받았다고 밝혔다. 홍씨는 "삼성동 자택으로 증인(홍씨)이 가서 옷값을 말하면 최씨가 2층으로 올라가 현금을 들고 와서 줬느냐"라고 묻자 "네"라고 대답했다. 옷값은 원피스 1벌당 70만~80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옷값을 누가 냈는지는 이전 국정농단 사건 형사재판과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쟁점이었다. 최씨 측근으로 활동했던 고영태씨는 박 전 대통령의 가방을 만들다가 2013년 중순쯤부터 최씨에게 돈을 받고 옷도 만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지난 2월 최씨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직접 옷도 한번 해보겠다고 하니까 (최씨가) '팀을 짜보라'고 했다"면서 "의상실 사무실 보증금 등 돈은 최씨가 다 냈다"며 "저는 월급 받고 일하면서 운영했다"고 말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한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옷값을 지불했다고 증언했다. 윤 전 행정관은 지난 1월 탄핵심판 변론에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노란 서류봉투를 받아 의상실에 가져다줬다"며 "현금으로 지급했고 영수증은 발급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전 행정관은 봉투 속 내용물이 현금인지 어떻게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이 '이 돈을 의상실에 가져다주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홍씨는 이날 법정에서 "최씨가 없으면 박 전 대통령의 옷을 만들기가 불가능하지 않았느냐"는 특검 측의 질문에 "예"라고 긍정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마음에 든다고 했는데도 본인이 나서 따질 정도로 의상 문제에 적극 관여했다고 한다. 홍씨는 최씨의 이런 태도에 불만을 품고 일을 그만뒀다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