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 리스크 확대…美 통화정책 정상화 빨라질 수 있어"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AFP=뉴스1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이 금융안정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미국 경기와 물가 상승 속도가 다소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안정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기준금리 인상도 속도를 더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30일 발표한 해외경제 포커스에 수록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금융안정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 이 같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하하면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오래 유지해왔다. 이에 따라 경제주체의 부채의존도와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심화됐고 자산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등 경제 내 금융 불균형 누적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내 기업·가계부채의 증가속도는 매우 가파르다. 지난해 6월말 기준 미국의 GDP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72.8%로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9월말 수준(72.7%)을 넘어섰다.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2조6000억달러로 금융위기 이전 최고수준(12조7000억달러)에 근접했다. 금융위기 이후 대출 기준이 강화되며 모기지대출에 대한 연체율은 하락하고 있지만 학자금 대출, 자동차할부 대출은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향후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면 금융취약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저금리 상황에서 경제 주체들의 위험선호 현상이 심화된 점도 금융안정을 해칠 수 있는 우려 요인으로 지적됐다. 최근 미국의 주가 및 부동산 가격은 버블이 우려될 정도로 크게 상승했다. 가계의 소득대비 순자산비율도 금융위기 이전 고점수준까지 확대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정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실물경기 대비 주가가 과도하게 오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료=한국은행

보고서는 "대외 불안과 시장의 급격한 기대 변화 등으로 누적된 금융 불균형이 크게 조정되거나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금융안정이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재닛 옐런 연준(연방준비제도) 의장도 지난해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위험선호 증대에 따른 금융안정 위협에 대해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은 금융안정에 초점을 두고 진행될 전망이다. 기준금리의 점진적인 인상과 자산매입 축소 등으로 확대공급된 유동성을 회수하면서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화정책 정상화가 과거 '테이퍼 텐트럼'(긴축 발작) 사태와 같이 시장 충격 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앞으로 금융안정 관련 리스크 전개상황에 따라 연준의 통화정책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중 경기와 물가 상승속도가 다소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융안정 리스크관리 강화 필요성이 부각되는 경우에는 정책정상화 속도를 높이거나 투자 중단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유로지역의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대외불안이 심화될 경우에는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속도가 잠시 주춤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 우려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금융규제 완화 정책이 금융안정성을 위협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도드-프랭크법의 전면 폐지보다는 부분적인 보완이 추진되며 금융규제의 근간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이유로 제시됐다.

김상훈 한은 뉴욕사무소 과장은 "향후 미국경제의 금융안정 관련 리스크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리스크 요인의 움직임에 따른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