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강2중' 구도 속 '블랙박스 기간' 돌입…대선 후보들의 전략은?

대선 레이스가 마지막주 이른바 ‘블랙박스 기간’에 돌입한다. ‘블랙박스 기간’이란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뜻한다. 게다가 올해는 황금연휴까지 겹쳐 유권자간 대선 판세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각 후보들은 블랙박스 기간에 돌입하기 직전까지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정치권에 따르면 5월 3일부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다. 승산이 있는 쪽으로 투표하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 혹은 불리한 쪽으로 기우는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선거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법의 취지다.


한때 '유권자의 알 권리를 제한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이 제출되기도 했지만 1999년 합헌 판결이 나면서 논란이 잠잠해졌다. 해외에선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은 공표 금지 기간이 없다 프랑스는 ‘투표일 3일 전’부터 공표를 제한한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로 대선 후보들은 물론 유권자들도 ‘암흑의 6일’ 레이스를 즐겨야 한다. 무엇보다 ‘블랙박스 기간’에 돌입하기 직전이 중요하다. 마지막 여론조사가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잖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황금연휴로 인해 회사 등에서 의견을 나누기 힘들다. 비공식적 자료나 유통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5월 4~5일 사전투표가 있는 것도 변수다. 자연스레 각 후보들은 이번주초 총력전에 나선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측은 ‘사전투표 독려 캠페인’에 총력을 다한다. 문 후보 최대 지지 기반인 ‘2030 세대’의 투표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측은 지지율 반등이 급하다고 보고 호남‧수도권에 주력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측은 수도권 공략에 나선다.


한편 이날 선관위는 제19대 대통령 선거 투표용지 인쇄를 시작했다. 투표용지는 기호 1번 문 후보부터 기호 15번 김민찬 무소속 후보까지 15명 후보의 이름이 세로 정렬로 인쇄될 예정이다. 투표용지 크기는 가로 10cm, 세로 28.5cm다. 김정선 한반도미래연합 후보가 지난 21일 사퇴한 데 이어 남재준 통일한국당 후보가 전날(29일) 각각 사퇴함에 따라 후보자는 총 13명으로 줄었다.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면서 바른정당에서 제안한 홍준표 자유한국당·안철수 국민의당·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간 3자 단일화는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대선 사전투표 하루 전인 내달 3일이 마지막 시한이다.



◇'1강2중' 구도 속, 후보 5인 마지막주 전략은= 최장 11일의 '황금연휴' 초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은 4~5일 사전투표일 이전까지 당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사전투표 독려 캠페인을 펼친다. 문 후보도 유세 현장에서 캠페인에 동참해 사전 투표율을 최대 25%까지 높이자고 외칠 계획이다.

황금연휴에 100만명이 넘는 국민이 해외여행을 떠날 것으로 예측되면서, 문 후보의 지지기반인 2030 세대가 투표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1강2중' 구도가 굳어졌다고 보고 이제는 승리 자체가 아닌, '압도적 승리'를 통해 차기 정권의 안정성을 확보하자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전병헌 민주당 선대위 전략본부장은 "대선 당일 오후 8시까지 방심하지 않겠다는 것이 우리의 기조다. 마지막 한 순간까지 한 표라도 긁어모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이번 선거에 임하겠다"며 "단순히 선거 승리가 아닌, 투표로 모아진 힘을 개혁 추진의 원천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9일 오후 광주 충장로 집중유세에서 손을 들어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 측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 이전 지지율 반등을 이끌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황금연휴가 시작된 주말에는 현역 의원들을 호남에 집중 투입해 총력전을 벌였으며, 안 후보도 사전투표 실시 이전 호남을 찾을 계획이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보수층을 잡으면 호남과 수도권까지 고른 지지율을 얻을 것이란 전략이 차질을 빚게 되면서 핵심 지역 기반인 호남과 수도권을 중점으로 지지세 붙들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난주 승부수로 던진 '개혁공동정부'와 함께 소통을 화두로 '안철수다움'을 최대한 강조하는 메시지를 강조할 계획이다. 1일 '온국민멘토단'을 발족해 국민과의 소통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직접민주주의의 실현 가능성을 약속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들의 이야기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안철수다움'으로 마지막 국면 전환을 노린다. 사전 투표 이후 대선 당일까지 '120시간 연속 유세' 등으로 안 후보의 진정성을 전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를 방문, 유기견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주말 텃밭인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을 찾아 자신감을 얻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연이은 강행군을 예고했다. 30일 경기북부에 이은 코엑스서 이른바 '서울대첩' 유세를 벌이며 세를 확인한 후 1일 오전엔 제주를, 오후엔 호남을 찾아 척박한 땅에 표심을 일굴 예정이다.

2일 마지막 토론회를 마치고는 3일부터 2박3일 전국순례 유세를 준비 중이다. 바닥을 치고 올라서고 있는 보수표심을 다잡겠다는 각오다. 2박3일 유세 일정은 세부 조율 중이지만 우선 부산에서 출발해 대구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집중유세한 후 중부선을 따라 올라가 평창을 거쳐 강릉에서 다시 1박, 그리고 서진해 서울로 입성하는 코스가 유력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30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 동두천큰시장 앞에서 유세를 갖고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근 유승민 후보를 제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4위에 오른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두 자리 수 지지율'이라는 일관된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최근 심 후보의 TV 토론에서의 선전 등을 통해 새롭게 유입된 지지층의 목소리를 대신 내주고, 진짜 개혁을 할 수 있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박원석 정의당 선대위 공보단장은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기본적으로는 전국을 순회하고 특별한 이벤트나 주제와 결합하는 형식으로 유세를 할 것"이라며 "2일 마지막 TV 토론회에서는 실제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내용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30일 오전 경북 포항 죽도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유승민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 측은 당내의 단일화 압박과 이탈 징조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선거운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일단 30일 선거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면서 후보 단일화 압력은 한풀 꺾인 상태다. 다만 당내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이 아직 넘어야 할 산으로 남아있다.

유 후보는 주말(29~30일) 내내 부산·대구 등 영남에서 총력전을 펼쳤다. 반등하는 홍준표 후보의 상승세를 차단하고 전통 보수 지지층에게 표를 호소하는 동시에, 가장 큰 공략처를 수도권으로 보고 남은 기간 집중 공략한다. 아울러 유 후보는 주력분야인 TV토론회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유 후보는 앞선 TV토론회에서도 날카로운 질문과 비판 등으로 유권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29일 오후 부산 서면 중앙거리에서 유권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편 30일 발표된 4월 마지막주 대선 여론 조사에서는 안 후보와 홍 후보의 2위 대결 구도가 가시화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8일~29일 이틀동안 전국 유권자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후보자간 5자 가상대결에서 문 후보는 43.1%, 안 후보는 23.0%, 홍 후보는 17.4%의 지지를 받았다. (이번 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CBS노컷뉴스가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7~29일 19세 이상 유권자 1523명으로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에서도 문 후보는 42.6%를 기록했으나 안 후보와 홍 후보의 격차는 4.6%포인트로 오차 범위 내로 좁혀졌다. (이번 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