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1분기 실적순위 지각변동…이자이익이 판가름

은행권 판도에 지각변동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순이익 4위였던 KB국민은행이 올해 1분기 1위에 올랐고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은 2위를 꿰찼다. 순위변동은 일회성 요인 영향이 크지만 이자이익 등 핵심이익이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주요 은행간 순위 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30일 머니투데이가 주요 은행별 1분기 순이익(개별기준·은행 자회사 및 해외현지법인 포함)을 집계한 결과, 국민은행이 663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우리은행 6057억원 △신한은행 5346억원 △KEB하나은행 4780억원 △IBK기업은행 4035억원 △NH농협은행 1505억원 순으로 차지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신한은행이 5749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고 △KEB하나은행 4922억원 △우리은행 4120억원 △국민은행 3872억원 △기업은행 3598억원 △농협은행 322억원 순이었다.

1분기 순위변동은 일회성 이익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국민은행이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을 1580억원에 매각하고 우리은행은 중국 화푸빌딩 관련 대출채권을 매각해 1706억원을 회수했다.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순이익은 각각 5055억원, 4764억원으로 순위는 각각 2위, 4위로 내려간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분기 이연 법인세 효과로 순이익이 급증해 올해에는 순이익이 감소했다.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이자이익 등 핵심이익 증가와 건전성 지표 개선도 순위 변동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이자이익 증가폭이 주요 은행 중 가장 컸다. 국민은행의 이자이익은 1조164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9.8% 불어났고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4.1%, 1% 증가했다.


이자이익 상승은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1분기 NIM은 1.66%로 지난해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신한은행은 1.48%에서 1.53%로, KEB하나은행은 1.40%에서 1.44%로 상승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NIM이 정체되면서 이자이익 증가폭이 제한됐다.

충당금도 순위에 영향을 미쳤다. KEB하나은행은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영향으로 1분기 366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지난해보다 2200억원 불어나면서 순이익 역시 감소했다. 국민은행은 154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지만 향후 불확실성을 줄였다. 신한은행은 59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0% 감소하면서 순이익 감소폭을 줄였다. 우리은행은 75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350억원 감소하면서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은행권 판도변화는 금융지주회사 주가에서도 엿볼 수 있다. KB금융지주 주가는 올해초 신한금융지주 주가를 넘어선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28일 5만100원으로 마감하면서 지난해말보다 17.1% 상승했다. 신한지주는 5.1% 상승하는데 그치면서 시가총액 차이는 1조6000억원으로 줄었다.

순이익 2위에 오른 우리은행은 1만4950원으로 올해에만 17.3% 올랐다. 이에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잔여지분 매각을 논의할 때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향후 통합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올해에만 24.5%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NIM 상승에 따른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 등 핵심이익을 얼마만큼 늘리고 건전성과 비용관리에 힘쓰느냐에 따라 순위가 또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