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에서 금융권 성과연봉제 폐지되나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금융공기업 등 33개 금융기관 노동자 10만여 명이 조직되어 있는 한국노총 내 최대 산별 노조로 알려져 있다. 2017.4.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금융권 성과연봉제가 폐지 위기를 맞고 있다. 민간은행은 눈치보기에 급급하면서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해 어떤 시도도 하지 않고 있다. 일부 금융 공공기관은 이미 도입한 성과연봉제를 다시 없애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성과연봉제에 대해 반대하고 있어 차기 정부에서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은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가 지난해 7월 내놓은 '민간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을 자행에 맞춰 도입 방안을 마련한 민간은행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3월말까지 은행별로 도입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대선 정국에 돌입하면서 민간은행은 눈치만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7개 민간은행과 BNK부산은행, BNK경남은행, DGB대구은행, 전북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등 6개 지방은행은 이사회를 통해 '3월 방안 마련, 2018년 시행'이라는 로드맵이 담긴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민간은행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더딜 뿐만 아니라 이미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금융 공공기관에서는 이를 되돌리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등 일부 금융 공공기관은 성과연봉제 도입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에는 노사합의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이 회사측의 강압에 따른 합의라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예보 노조는 "지난해 4월 전 노조위원장이 조합원총투표 결과에 반해 성과연봉제 확대에 독단적으로 합의했다"며 "합의 배경에는 감당하기 힘든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예보는 "특별한 근거 없이 강압에 의해 체결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대선 정국 등 기류에 편승해 합의 당시 당사자도 아닌 현재 노조가 일방적으로 재협상을 요구하는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차기 정부에서는 성과연봉제의 앞날을 더욱 알 수 없다. 대통령 후보들이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 의견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 명확히 반대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는 노사합의 없이 도입된 성과연봉제는 다시 협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특히 5월 기업은행 노조가 제기한 성과연봉제 도입 무효소송에 대해 법원이 노조 손을 들어주면 정부 가이드라인과 상관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데 어려움이 커진다.

다만 일부에서는 정권과 상관없이 금융권에서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등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지고 AI(인공지능) 등으로 은행권 일자리가 점점 축소되는 상황에서 호봉제를 유지하고서는 은행이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부 노조는 방식이 문제일 뿐 성과연봉제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도입한 성과연봉제를 되돌리면 그만큼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합리적인 방식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