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데 없이 일 못봐 외출증 끊고 집까지"…新필수품 비데

/사진=동양매직, 머니투데이DB

#20대 직장인 신모씨는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화장실로 직행한다. 안에 사람이 있어 조금 기다리더라도 비데가 설치돼 있는 칸에만 들어간다. 그는 "비데의 센 물줄기로 자극해주지 않으면 변을 제대로 볼 수 없고 변을 봐도 찝찝하다"고 말했다.

#40대 경호원 서모씨는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 남과 달리 하나 더 챙기는 게 있다. 바로 휴대용 비데. 지난해 여름 휴가지에서 비데가 없어 일주일 내내 변비로 고생했던 악몽 때문에 최근 하나 장만했다. 그는 "여행지는 환경이 바뀌어 가뜩이나 변비에 시달릴 때가 많은데 비데까지 없으면 사실상 배변을 포기해야 한다"며 "10년째 비데를 쓰고 있어서 여행갈 때는 휴대용 비데라도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휴대용 비데

비데가 대중화하면서 비데 없이는 인간의 기본적 활동인 배변을 할 수 없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비데를 사용하면 깔끔하게 뒤처리를 할 수 있어 위생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비데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올바른 사용이 중요하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비데 보급률은 40% 안팎으로 화장실 한 켠에 자리 잡은 비데가 익숙한 풍경이 됐다. 업체 경쟁으로 비데 판매가가 10만원대 중반까지 떨어진 데다 렌탈 대중화로 보급이 늘었다.

비데가 일상화하면서 비데 없이 배변이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하는 사람도 많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담임을 맡고 있는 교사 A씨는 “어릴 때부터 현대화된 화장실 사용에 익숙한 학생들이 많아 비데 없는 학교생활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주일에 학생 몇 명씩은 비데가 없어 배변이 어렵다고 얼굴이 노래져서 교무실에 찾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럴 때면 사유에 ‘준비물’을 적어 외출증을 끊어주고 집에 가서 일을 보고 올 수 있도록 지도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데 없이 배변이 어렵다며 건강상담을 하거나 여행을 가는데 비데가 없어 걱정이라는 등의 고민을 털어놓는 글들도 올라온다.


비데를 애용하는 사람들은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을 비데 사용의 이유로 꼽는다. 비데를 사용하면 항문 사이의 이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 청결을 유지할 수 있어 항문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지식 공유 플랫폼 네이버 지식in에 '비데 없이 일을 못본다'며 질문글을 올린 사람들. /사진=네이버 캡처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한 비데 사용이 오히려 건강에 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배변을 위해 습관적으로 직장에까지 물을 도달시켜 변의를 자극하면 점차 항문이 둔감해져 더 큰 자극이 필요하게 된다. 이때 점차 큰 자극을 가하게 되면 괄약근, 직장, 대장 등에 복합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신형 비데에 포함돼 있는 ‘관장’ 기능을 너무 자주 사용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한 외과 전문의는 "너무 강한 수압으로 항문을 자극할 경우 경련, 통증, 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수압 조절에 유의해야 한다"며 "항문질환이 있을 경우엔 오랫동안 항문을 자극하면 증세가 악화할 수 있어 3분 이내로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또 "습관적으로 직장 안쪽까지 비데 물줄기를 쏘면 점차 변의를 느끼지 못해 비데에만 의존하게 될 수 있어 적절한 사용이 필요하다"며 "비데 사용 후에는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해 반드시 휴지로 닦거나 건조해 습기를 제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