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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길 바라는 심정

광화문 머니투데이 권성희 금융부장 |입력 : 2017.05.04 04:45|조회 : 5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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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마다 무슨 기준으로 투표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투표의 바른 기준은 정책이라고 간주된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좋은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공약집을 훑어보면 어떤 후보나 개인적으로 지지할 수 없는 공약들을 다수 내세워서다.

아마도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다수의 대중들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정책들을 이것저것 모아 패키지로 공약집을 만들 것이다. 그렇다면 지지하지 않는 공약이 다수 눈에 띄는 나는 대중의 생각에 동의하지 못하는 별종인가, 회의가 드는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선 이런 고민이 더 깊어졌다.

금융부장이니 금융 공약에 가장 관심이 많다. 하지만 금융 공약을 보면 유력한 다섯 후보 중 누구도 찍고 싶지 않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동시에 대선 이후의 대격변을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 분들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 공약을 실행한다면 금융권에 폭풍이 몰아치겠구나’ 걱정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금융 공약은 유력한 다섯 후보가 동일하게 약속하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영세·중소가맹점의 범위를 확대하면서 중소가맹점은 수수료도 1.3%에서 1.0%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현재 연매출 3억원 이하까지만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는데 3억~5억원인 가맹점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와 홍 후보의 공약대로 저렴한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는 가맹점의 범위를 넓히면 전체의 94%를 포괄한다. 사실상 거의 모든 가맹점이 저렴한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게 된다. 문 후보가 대통령이 돼 이 공약을 실천하면 카드업계 순이익은 지난해의 30%에 달하는 5500억원이 급감할 것으로 추산된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역시 숫자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는 가맹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카드 수수료를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공약이다. 심 후보는 전체 카드 수수료에 대해 1% 상한제를 실시하고 체크카드에 대해서는 아예 수수료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체크카드가 신용카드보다 카드사 입장에서 비용이 덜 드는 것은 사실이다. 자기 통장에서 돈이 빠져 나가는 만큼 카드사가 미리 가맹점에 돈을 지불하느라 드는 자금조달 비용이 들지 않아서다. 하지만 체크카드도 가맹점 결제망 관리와 카드 전표 수거 등에 비용이 든다. 체크카드를 운영하는데 간접적으로 들어가는 카드사의 인건비와 각종 관리비도 고려해야 한다.

[광화문]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길 바라는 심정
결국 심 후보의 체크카드 수수료 0%는 카드사가 전체 비용을 감당해 손해를 보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 심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카드사에 손해를 보라고 하면서 체크카드 수수료를 0%로 진짜 없앨지 진지하게 궁금한 이유다. 지금 연매출 3억원 이하인 중소가맹점 수수료가 1.3%인데 전 가맹점의 수수료를 1% 이하로 낮추겠다는 발상도 너무 파격적이라 실제로 실행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오히려 호기심이 생길 지경이다.

뿐만 아니다. 문 후보, 홍 후보, 심 후보 모두 동일하게 법정 최고 이자율을 연 20%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문 후보는 가입자가 3200만명에 달해 제2의 국민의료보험으로 불리는 민간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를 인하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금융업이 대표적인 정부 인가산업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해도 민간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사업에 정부가 개입해 가격을 강요하는 것이 맞는지, 이같은 가격 개입을 진보·보수 후보 차이 없이 똑같이 주장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가격을 깎아주면 좋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가격이 낮아져 혜택을 보는 만큼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가격을 억제하는 만큼 풍선을 누르는 것처럼 다른 어떤 곳이 부풀어 오르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후보마다 비슷비슷하게 더 퍼주고 더 깎아주고 선심을 베풀겠다는데 그 인심이 어느 곳간에서 나오는지 여전히 알 수 없는 대선 D-5일, 찍을 후보는커녕 투표의 기준조차 모호해져 더욱 심란한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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