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맥스' 문재인 '뚜벅이' 안철수, 봄날씨가 바꾼 유세 풍경

3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한옥마을에서 열린 한 19대 대선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유권자들이 유세를 지켜보는 모습. /사진=뉴스1

오는 9일 치러질 전례 없는 '장미대선'은 유세 현장의 풍경도 '각양각색'으로 만들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장미 대선'으로 유세 현장의 풍경도 달라졌다. 과거 대선과 달리 봄날씨 속 치러진 선거운동 때문이다. 주요 대선후보들도 봄에 맞춘 유세를 준비했다.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대선 후보들의 다채로운 공식 선거운동을 정리했다.

수백여명에서 1만명이 넘는 지지자들이 모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세장은 종종 영화 '매드맥스'의 자동차 군단을 연상케 했다. 집중유세 때는 5톤 트럭을 개조한 무대차는 물론 스피커 전용 차량이 별개로 따라 붙었다. 때에 따라 유세단을 위한 5톤 무대차가 추가로 준비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경남 진주시 촉석로 차 없는 거리에서 열린 집중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패션쇼의 런웨이를 연상케하는 T자형 무대 역시 유세 현장의 특징이었다. 문 후보가 T자 형태의 무대 끝에 서면서 청중들 한 가운데에서 연설하는 듯 한 효과를 줬다. 이런 무대는 지난달 22일 부산 유세에서 첫 등장한 뒤 성남, 서울 등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유세에서 적극 활용됐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내는데 일조했다"며 "스킨십을 늘리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전했다.

문 후보가 유세 현장을 떠난 뒤에는 이른바 '문나이트클럽'(문재인+나이트클럽)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과 유세단이 선거 로고송에 맞춰 춤을 추는 등 흥을 돋우는 시간이 마련돼 지지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자유대한민국 수호를 위한 서울대첩' 유세를 갖고 큰절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유세 지역에 따라 규모가 다른 유세 차량을 활용하는 등 효율성을 추구했다. 지지자들이 많은 영남 지역에서 거점유세를 할 때는 차량 위에 스크린까지 달린 5톤 대형 유세 트럭을 준비했다. 하지만 호남과 같은 지지기반이 취약한 곳에서는 1.5톤 정도 규모의 차량을 동원했다.

여름철 날씨를 보인 일부 지역에선 지지자들이 유세장 자리를 우선적으로 채우기보다 그늘을 먼저 찾기도 했다. '장미대선'이 만든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특히 홍 후보는 유세 현장을 찾을 때마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하는 퍼포먼스를 보이며 절실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전북 전주 한옥마을을 찾아 초록색 도포를 입고 방문객들과 함께 마을을 거닐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V3' 포즈를 유세 때마다 선보였다. 주먹을 쥔 두 팔을 위로 들어 V자를 만드는 포즈를 유세연설 전후로 세 차례씩 취했다.


안 후보 측은 유세차의 방향과 같은 '디테일'도 고심해 유세 현장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후보 측 관계자에 따르면 햇빛의 방향, 지지자들이 모일 자리 등을 고려해 유세차를 수차례 재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투표일을 5일 앞둔 4일 안 후보는 '뚜벅이 유세'라는 차별화된 전략을 마련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유세차에 서서 마이크로 연설하는 것을 포기하고 주요 도시의 골목골목을 직접 누비며 국민들과 악수 나누고 대화를 하는 방식이다. 지난 3일 안 후보는 '뚜벅이 유세'의 사전 행사로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서 초록색 도포를 걸치고 방문객들과 함께 마을을 거닐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왼쪽 사진 가운데)가 자전거 유세에 나선 모습과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오른쪽 사진 왼쪽)이 지지자들과 가깝게 사진 촬영하는 모습. /사진=유승민, 심상정 후보 측 제공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자전거와 스쿠터라는 이색적인 유세 방법을 동원했다. 지난달 21일 유 후보 측 선대위는 국회 둔치 축구장에서 '희망페달 자전거 유세단 발대식'을 진행했다. 공해 없고, 소음 없고, 돈이 안 드는 3무(無) 선거를 한다는 것이 취지였다. 실제 유 후보는 지난달 26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유세를 할 때 자전거를 타고 유권자들을 만났다. 거대한 유세차가 아닌 자전거에서 쉽게 오르내리며 유권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인사를 나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청년, 여성, 노동자 등이 많은 지역에서 전략적으로 유세를 진행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심 후보를 형상화한 거대한 풍선 인형을 동원해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연설은 주로 유세차에 올라 전했지만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눌 때 심 후보는 주로 포옹을 하는 등 친밀한 스킨십을 하는 데 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