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유행, '스니커즈 열풍'

유행은 팽이처럼 돌고 도는 법.
유행의 궤도를 따라 1980~1990년대를 풍미했던 레전드 스니커즈가 지구에 착륙했다.




유행은 돌고 돈다. 그래서인지, 시시각각 변하는 게 유행이라고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오곤 한다. 요즘 1980년대와 1990년대를 풍미했던 클래식 운동화가 재등장했다. 남녀를 막론하고 스트리트 패션과 애슬레저 룩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자연스레 운동화를 선호하게 된 결과다. 최근 애슬레저 트렌드는 진화를 거듭하며 1980~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스포츠 브랜드의 부활을 도왔다. 고샤 루브친스키가 휠라와 카파를 잠에서 깨우고 뎀나 즈바살리아가 리복과 챔피언에 입 맞춰 눈뜨게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1980년대와 1990년대를 풍미했던 스포츠 브랜드들이 앞 다투어 클래식 운동화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브랜드의 흐름과 역사를 대표하는 에어맥스의 탄생 30주년을 기념해 에어맥스 데이 컬렉션을 선보였다. ‘나이키 에어맥스 90 울트라 플라이니트’를 시작으로 총 8종의 에어맥스 시리즈를 출시한 것이다. 19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에어맥스의 디자인은 첫 등장 이후 끊임없는 진화를 통해 각 시대의 문화를 담아냈다. 30주년을 맞은 에어맥스의 새삼스러운 인기는 애슬레저 트렌드와 시너지를 이뤄 품절 대란을 일으키는 현상으로 충분히 설명된 듯하다. 한편 아디다스 오리지널스는 1990년대 스트리트 컬처를 대표하는 아이템인 ‘슈퍼스타’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슈퍼스타 부스트 노블 메탈’을 출시했다.

슈퍼스타의 기존 스타일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메탈 컬러 플래티넘과 풀 프라임 니트 어퍼 구조가 결합된 아디다스는다스의 부스트 기술력을 처음으로 슈퍼스타 모델에 적용했다. 그 결과는 한층 강화된 쿠션감과 착용감으로 드러났다. 이미 1980년대에 올드 스쿨 힙합 스타일의 상징인 힙합 그룹 런디엠씨가 골드 체인과 함께 파이어버드 트랙 수트를 세트로 착용하고 끈이 풀린 슈퍼스타를 매치한 스타일을 통해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바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2017년 새롭게 등장한 미래지향적 디자인의 슈퍼스타 부스트 노블 메탈은 이 시대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극하기에 손색없어 보인다.

클래식 운동화의 화려한 재등장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리복의 대표적인 헤리티지 코트화 ‘클럽 씨 빈티지’ 또한 새롭게 업데이트됐다. 리복은 고유의 빈티지한 디자인은 그대로 살리고 어퍼에 가먼트 레더 소재를 적용해 빈티지한 느낌을 한층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블랙, 레드, 블루 컬러를 곳곳에 가미해 기존 클럽 씨 모델과의 차별화에도 성공했다.


이렇듯 클래식 스니커즈가 인기를 끌면서 1980년대 테니스 코트에서 탄생한 코트화 또한 스트리트를 활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클래식 스니커즈의 활동 영역은 장소의 제약을 넘어섰다. 일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네이버후드와 컨버스가 선보인 컨버스×네이버후드 컬렉션만 봐도 알 수 있다. 1970년대부터 한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컨버스 ‘원스타 74’와 ‘척테일러 올스타 70’은 네이버후드만의 스트리트 무드를 덧입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척테일러 올스타 70의 경우 고유의 실루엣에서 벗어났다. 네이버후드의 헤리티지인 오토바이에서 영감을 받아 어퍼에 가죽 소재와 벨크로 디테일을 더하는 등 희소성과 내구성을 강조한 것이다. 새로운 원스타 74는 척테일러 올스타 70의 미드솔을 덧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로 변형됐다. 생전에 컨버스 스니커즈를 사랑했던 커트 코베인이 이처럼 혁신적으로 변화한 원스타 74와 척테일러 올스타 70을 본다면 또 한 번 각별한 애정을 쏟지 않을까 싶다.

최근 무서운 기세로 확장과 진화를 거듭하는 클래식 스니커즈의 열풍은 복각과 변형이라는 이름을 달고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새로운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 당장 신발장을 열고 오랫동안 처박혀 있던 클래식 스니커즈를 꺼내 신어봐라. 뉴 버전의 클래식 스니커즈를 장만하면 더욱 좋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