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가계부채 대책에 뜨는 DSR..DTI 사실상 폐지되나

문재인 대통령이 ‘가계부채 총량제’ 도입을 위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활용을 제시한 가운데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이후 12년간 유지해온 대출규제인 DTI(총부채상환비율)가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DTI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위주로 적용되는 반면 DSR은 지역이나 대출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대출에 대해 빚 갚을 능력을 심사하는 만큼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는데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시중은행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르면 다음달쯤 ‘DSR 표준모델’ 도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TF에서는 DSR 도입에 맞춰 중·장기적으로 기존의 대출규제인 DTI를 폐지할 경우 DSR 활용 방안에 대한 시뮬레이션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들은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는 대로 올 하반기부터 DSR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은행들은 2005년부터 유지해온 DTI 대신 아예 DSR로 대출규제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금융당국에 건의했다. DTI와 DSR 모두 소득으로 빚 상환 능력을 따지는 지표이기 때문에 이중으로 가져갈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150% 이내로 관리한다는 문 대통령의 부채 총량제에도 DSR이 더 적합하다. 문 대통령은 DSR을 활용해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의 총량을 관리하고 LTV(담보인정비율)·DTI는 ‘정상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상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하지 않았다.


DTI는 주담대 원리금 상환액과 그 외 대출의 이자만을 합산해 연소득으로 나누기 때문에 주담대에만 효과적인 규제다. 반면 DSR은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모두 합산해 빚 상환 능력을 따지기 때문에 모든 부채에 대해 ‘총량관리’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DTI가 아닌 DSR로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DTI 규제는 수도권에서만 적용돼 가계부채 대책이라기보다 사실상 부동산대책에 가깝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DSR은 DTI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더 정교하게 채무 상환 능력을 보기 때문에 가계부채를 관리한다는 취지에 더 부합한다”며 “지금처럼 DTI와 DSR 규제를 동시 적용하면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대출 고객까지 혼선이 빚어져 결국 대출을 억제하려는 규제 효과도 볼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의 요청대로 DSR을 대출규제로 일원화할 경우 일정 비율의 규제 상한선 적용은 불가피하다. 송인호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DSR을 처음 도입한 KB국민은행은 자율적으로 300%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규제 측면에서 아무런 효과가 없다”며 “DSR로 일원화할 경우 금융당국이 일정비율을 제시해야 부채 총량관리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DSR 도입안을 처음 발표한 당시 DTI는 종전대로 유지하고 DSR을 도입하더라도 ‘DTI 60%’처럼 일괄적인 규제비율은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은행 관계자는 “DSR 적용 비율이 낮은 은행이 높은 은행에 고객을 뺏길 수 있는 만큼 DTI처럼 동일 비율을 적용해야 특정 은행으로 대출 쏠림 현상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DTI 폐지 효과에 대한 시뮬레이션 작업은 하고 있지만 당장 DTI를 폐지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DSR 도입 후 발생할 수 있는 현상, LTV·DTI 자체 역할 등을 들여다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출정책을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관리 방안과 관련, 금융당국은 새 정부 인선이 마무리되는 대로 업무보고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