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커피 오바마의 맥주

머니투데이

이슈팀 이재은 기자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에서 오찬 후 신임 비서관들과 산책하고 있다(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09년 5월 수석고문들과 백악관 로즈가든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백악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파격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 문 대통령은 11일 오찬 후 커피 테이크아웃(Takeout) 잔을 들고 신임 수석, 비서관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재킷을 입지 않은 채 테이크아웃잔을 들고 소통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떠오른다는 평가가 나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참모진들과 산책을 하거나 스탠딩 회의를 하면서 격의 없는 스킨십을 자주 보여줬다.

◇참모들과 청와대서 커피 즐기는 文…로즈가든서 햇볕 즐기던 오바마
문 대통령이 참모진들과 격없는 식사 자리 후 가진 커피 산책은 기존 정부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 스킨십이다. 더운 날씨로 인해 참모진들은 재킷을 벗은 가벼운 차림으로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에서 오찬 후 신임 비서관들과 커피를 마시고 있다./사진=뉴스1

오바마 전 대통령도 햇볕이 좋은 날이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참모들과 탁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한 누리꾼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참모들이 서로 어깨동무하고 격의 없이 토론하는 장면이 인상적이고 부러웠는데 우리 대통령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니 기분 좋고 설렌다"며 문 대통령의 소통 행보에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이외에도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SNS를 통해 매시간 단위로 일정을 공개하고, 11일 상세 일정을 출입기자들에 미리 공지하는 등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대통령 일정을 공개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09년 5월 수석고문들과 백악관 로즈가든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사진=백악관

◇커피 마니아 문재인, 맥주 애호가 오바마…'문재인 블렌딩'
문 대통령은 커피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지난 9일 '마은식'이라는 이름의 한 누리꾼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커피숍 단골손님"이라며 "하루에 3번씩 오고 원두도 사가는. 콜롬비아 4, 브라질 3, 이디오피아 2, 과테말라1 항상 이렇게 블렌딩을 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이걸 '문재인 블렌딩'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블렌딩 비율은 30년 이상 커피 오리지날 매니아들만 아는 블렌딩 비율"이라고 밝히며 문 대통령의 전문적인 커피 취향을 소개했다.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015년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청년 알바와의 대화 자리에 참석해 커피를 제조하고 나르는 모습(좌, 우). 2015년 서울 노량진동의 한 직업전문학교에서 학생들과 차담회를 하며 커피를 마시는 모습. (중) /사진=뉴시스, 뉴스1

커피 애호가인 문 대통령이 11일 즐긴 음료는 따뜻한 아메리카노였다. 누리꾼들은 “역시 애호가 답다. 더운 낮에도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커피맛을 음미한 것이 분명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직접 맥주를 만들어 마실 만큼 유명한 맥주 애호가다. 2012년 그가 맥주를 제조해 마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 청원 사이트 '위 더 피플'에 맥주 제조법을 공개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백악관은 블로그를 통해 전속요리사의 설명과 함께 오바마가 즐겨먹는 두 종류의 맥주 제조법을 공개한 바 있다.

2009년 '백악관 맥주회동' 때의 사진/사진=미국 CBS방송 캡처

문 대통령의 커피 '문재인 블렌딩'이 오바마의 맥주처럼 정치적 소통을 위해 이용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백악관 오벌 오피스 바깥 뜰 로즈가든에서 '백악관 맥주회동’을 가졌다.

백인 경찰에게 체포되면서 촉발된 '인종 차별' 논란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인종차별 논란의 중심에 있던 헨리 루이스 게이츠 하버드대 교수, 제임스 크롤리 경사 그리고 조 바이든 부통령과 맥주회동을 가졌다. 맥주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데 기여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오늘은 하루가 끝날 즈음 모여 맥주 한 잔 걸치면서 서로 의견을 듣는 기회가 되었던 날로, 아주 친근하고 풍부한 대화를 가졌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