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부자' 통신 VS '데이터 공룡' 포털, AI서 맞붙는다

통신과 포털이 인공지능(AI)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1, 2위 통신사가 AI 스피커를 내놓은데 이어 대표 포털사 두 곳이 잇따라 이 시장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통신업계가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긴 했지만 빅데이터라는 든든한 백으로 무장한 포털업계가 판을 흔들 가능성이 높아 이들의 경쟁 구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용자 연계 측면에서 강점 가진 '통신'=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AI 기기 중 한국말을 알아듣는 것은 SK텔레콤 ‘누구’와 KT ‘기가지니’ 두 대다. 통신업계가 국내 AI 스피커 시장을 주도해오고 있는 셈이다. 누구는 7개월간 10만대가, 기가지니는 3개월간 4만대가 팔렸다.

AI 생태계 조성을 위해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면 기술력과 이용자 확보라는 점에서 통신사가 AI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여건은 긍정적이다. KT는 IPTV 시장 1위 사업자라는 지위를 활용해 기가지니를 셋톱박스 형태로 보급했다. 통신사는 아니지만 아마존은 자사 스트리밍서비스인 아마존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에코’ 판매를 시작하며 시장을 확대해 가는 전략을 펼쳤다.

락인효과를 노린 마케팅도 가능하다. 약정 기반 월 사용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들의 특성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현재 기기를 단독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추후 기존 가입자들과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통신사들이 몰두하고 있는 홈IoT(스마트홈) 사업과 묶는다면 파급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 있다. 연내 LG유플러스도 AI 디바이스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동종업계 간 선점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네이버 AI비서앱 '클로바(베타버전)' 화면

◇AI 핵심 경쟁력 빅데이터에서 한 수 위인 '포털'=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제왕들도 AI 전장에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지난 12일 AI 비서앱 '클로바(베타버전)'를 내놨고 네이버보다 늦게 AI 연구에 돌입한 카카오는 올해 7월 AI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두 곳 모두 연내 AI 스피커도 선보일 계획이다.


포털이 AI 분야에서 갖는 경쟁력은 '정보'다. 데이터는 AI의 학습 방식 중 하나인 머신러닝이 구동되기 위한 주재료, 핵심 무기다. 특히 AI 기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딥러닝에서는 데이터의 양과 함께 질도 중요한 요건인데 포털이 보유한 정보는 이 두 기준을 충족한다. 데이터 양이 방대할 뿐 아니라, 종류면에서도 광범위하다.

검색 패턴에서부터 콘텐츠 선호도, 온라인 쇼핑 이력, 사회 관계망 등 다양한 범주에 걸친 개인 정보가 포털에 쌓인다. 클로바가 '올해 설날 언제야', '날씨 어때' 등의 정답형 검색은 물론 '광화문 카페 추천해줘'와 같은 맞춤형 대답을 할 수 있는 이유다. '누구'도 위키피디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기능이 있지만 클로바는 네이버에 축적된 정보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정보의 절대량에 차이가 있다.

포털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에 AI를 연계할 수 있다는 점도 생태계 확장 시 유리한 지점이다. 네이버는 클라우드, 기업용솔루션 등 B2B(기업간거래)에, 카카오는 카카오톡, 멜론, 뉴스, 카카오택시, 내비게이션 등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에 각각 AI를 연동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