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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을지로위원회의 역할과 과제

MT시평 머니투데이 이경만 공정거래연구소장/지식비타민(주) 대표이사 |입력 : 2017.05.16 08:01|조회 : 1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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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중요한 공약 중 하나는 을지로위원회를 범정부조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을 망라해 대통령 직속기구로 둔다는 것이다. 이는 억울함을 토로하는 을들에 희망이 될 수 있다. 합법적인 불공정거래, 즉 형식적으로 합법적이지만 내용은 불공정한 거래에 제대로 메스를 가할 방법이 생기기 때문이다.

합법적 불공정이란 무엇인가? 예를 들면 이런 경우다. A회사는 B상품을 개발해 수출했는데 호평받았다. 그런데 A회사에 파업이 일어났다. 그로 인해 B상품 수출이 중단돼 상당한 손실이 발생했다. 회사는 연말에 재무평가를 해 B상품으로 인한 재무손실이 많으니 납품단가를 인하해서 보충하라고 구매본부에 지시한다. 구매본부는 협력업체를 불러 이를 실행한다. 겉으로 봐서 합법적이지만 과연 납품단가 인하 요구는 정당한가? 그렇지 않다.

문제는 위법을 밝혀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정확한 물증이 없으면 법 위반으로 조치하기 힘들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있는 부당한 하도급단가 결정에 해당되지만 물증을 찾아내지 못하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또 다른 사례는 공정위에 신고했다가 괘씸죄에 걸려 거래가 중단되는 것이다. 이럴 때는 교묘히 보복하기 때문에 특별한 증거가 남아 있지 않다. 갑은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을에 협상을 제안하고 신고를 취하시킨다. 그뒤 거래중단이나 물량축소 등의 보복을 한다. 이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밝혀내긴 어렵다. 마찬가지로 물증이 없어 속수무책인 상황이 된다. 결국 물증이 확보되지 않는 한 공정위나 법원에서 처벌하기 어렵다. 공정위가 강제조사권이나 압수수색이 없고 임의조사 방식으로 조사하기에 증거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손해가 나면 보전해주겠다고 약속하다 지켜지지 않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A기업은 B기업을 설득해서 C의 프로젝트에 참여시켰다. 그 사업에는 B가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B는 손해가 날 듯해서 참여를 안 한다고 했는데 A는 손해가 나면 보전해준다고 하면서 결국 B를 참여시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손해가 몇십억 원 발생했다. 그러나 손해가 났다는 이유로 A기업의 해당 임원은 벌써 옷을 벗었다. 후임자가 와서 이를 책임지고 손해를 보전해주겠는가? 그렇지 않다.

손해를 볼 것 같다고 납품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갑과의 관계 때문이다. 게다가 갑의 실무자는 실적을 쌓으려고 한다. 연말 성과급 등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하도급이나 유통거래에선 납품단가가 중요한데, 특히 많은 물량이 들어갈 때 단가인하 규모는 민감하다. 어떨 때는 납품할수록 손해가 난다. 그래도 납품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처럼 갑의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다.

[MT시평]을지로위원회의 역할과 과제
합법적 불공정으로 인해 곤란에 빠진 기업들의 사례는 차고 넘친다. 이런 일들에 을지로위원회가 나서면 좋겠다. 너무나 억울하고 부당하지만 물증이 없고 형식상 합법적으로 만들어 둔 사건에 대해 제대로 조사해서 일벌백계를 하는 것이다. 을지로위원회가 업무방침이나 어떤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할 것인지를 공표하는 것으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만 자칫하면 초법적 기관이 되고 월권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기업들은 기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갑’처럼 군다고 불편해하기도 했다. 그래서 을지로위원회의 기능과 운영절차에 대해 치밀한 법리검토와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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