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에 손 내미는 산업은행 'KDB키다리아저씨'

KDB산업은행이 3월 27일 ‘KDB 키다리 아저씨’ 8호 후원 대상으로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키다리교실’을 선정하고 후원금 1000만 원을 전달했다. 강명희 키다리교실 원장(왼쪽)과 이동걸 산은 회장/사진제공=KDB산업은행

#. 서울 성북구 소재 공부방 '키다리교실'(성북어린이돌봄 협동조합)은 지난 3월27일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에서 1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기관에서 받은 첫 지원이었다. 키다리교실은 편부·편모 가정과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에게 방과 후 무료교육을 하는 비영리법인이다. 인근 대학교 재학생과 자원봉사자들이 교사로 참여한다. 인근 청소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했지만 규모가 작아 2012년 설립 후 외부기관의 지원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러던 중 산은과 연계한 서울시 새마을회의 추천으로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키다리교실이 지원받은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산은이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KDB키다리아저씨'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 돕자는 취지를 직접 제안해 도입했다. 산은은 KDB키다리아저씨를 통해 지금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1억3000만원을 지원했다. KDB키다리아저씨가 다른 사회공헌사업과 차별화되는 대목은 지원이 꼭 필요하지만 일반적인 기관의 사회공헌사업 대상에서는 벗어나 있어 지원을 받지 못하는 곳을 찾아 돕는다는 것이다. 이 결과 개인이나 미인가 복지시설에 대한 후원이 주를 이룬다.

지원 대상은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청 등과 연계해 발굴하거나 산은 직원들이 사내 게시판에 지원이 필요한 곳을 올려 결정한다. 12건의 후원 중 직원들이 사내 게시판에 후원 요청을 올려 채택된 사례가 4건에 달한다. 1호 사업 대상은 언론 보도를 통해 발굴했다. 지난해 11월에 방송으로 나온 신생아 심장병 치료성금을 편취당한 불법체류 베트남인 부부였다. 베트남인 부부의 딸이 TV 프로그램을 통해 심장병 수술비를 후원 받았는데 이 돈을 한국인 부부가 가로채간 사건이었다. 산은은 이 베트남 부부에게 1000만원을 후원했다.

지난해 12월에 후원금을 전달한 미인가 복지시설 '민들레국수집' 역시 도움이 절실한 곳으로 발굴한 지원 대상이다. 인천 소재 민들레국수집은 노숙인이나 출소자 등을 위한 무료급식소 겸 쉼터다. 진료소와 공부방도 운영하고 있다. 2003년에 설립돼 하루 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무료 급식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미인가 시설이라 지금까지 정부나 기업의 후원을 받기 어려웠다.

지원이 필요하지만 지원 요청을 하기 어려운 개인들도 키다리아저씨가 찾는 주요 후원 대상이다. 지난 2월에 화재로 살 곳을 잃어버린 5남매는 사연이 산은 사내 게시판에 접수돼 1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지난 3월엔 KDB키다리아저씨 장학생 4명에게 총 2000만원의 대학 등록금이 전달됐다. KDB키다리아저씨는 어려운 환경에서 군복무 중인 장병과 탈북대안학교 모범생 등 후원이 필요한 곳이면 가리지 않고 성금을 기탁한다.


KDB키다리아저씨는 이밖에도 지난 3월 무연고 장애인 거주시설 '작은숨골 공동생활가정', 4월 쪽방 거주자를 위한 '종로구동대문쪽방상담센터', 다문화가정 영유아 보육시설 '코시안의 집' 등을 후원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1일엔 경찰청의 추천을 받아 재정적인 후원이 필요한 범죄 피해자 2명에게 1000만원을 후원하는 등 후원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보여주기' 식의 사회공헌사업에서 탈피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개인과 시설을 돕다 보니 지원을 받는 이들과 특별한 사연도 남게 됐다. 지난달 탈북대안학교 우리들학교 재학생 채홍별씨(29세)는 뜻밖의 답장을 받았다. KDB키다리아저씨 장학생으로 선정된 후 이동걸 산은 회장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는데 이 회장이 직접 답장을 보낸 것이다. 채씨는 "북한에서 못한 학업의 꿈을 꼭 이루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