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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서 오르는 종목은 단 4%, 운에 돈을 맡길 것인가

[줄리아 투자노트]

줄리아 투자노트 머니투데이 권성희 금융부장 |입력 : 2017.05.20 07:31|조회 : 2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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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언제나 뒤늦게 찾아온다. 이전 잘못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상황이 종료된 경우가 많아 후회는 때늦을 수밖에 없다. 지금 증시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심정도 후회가 많지 않을까 싶다. 장기 박스권 장세를 경험한 터라 상승장에 대한 기대를 접고 증시를 외면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많았던 탓이다. 또 한번 돈 벌 기회를 놓쳤구나 후회하며 지금이라도 들어갈까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증시에서 오르는 종목은 단 4%, 운에 돈을 맡길 것인가
그런 사람들에게 ‘블랙 스완’이란 책으로 유명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행운에 속지 마라’라는 책으로 대답한다. 그는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운 좋은 바보들”이라며 “성공의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혼동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열심히 일하고 시간을 잘 지키고 단정하게 행동하면 성공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일하고도 실패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 오지만 성공에 작든 크든 운이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로또에 당첨되려면 필요조건이 로또를 사는 것이다. 하지만 로또를 산다고 반드시 로또에 당첨되는 것은 아니다. 운이 있어야 한다. 이를 증시에 대입하면 주식으로 돈을 벌려면 반드시 주식을 사야 한다. 하지만 주식을 산다고 다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코스피는 사상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증시를 구석구석 살펴보면 떨어진 주식도 많다. 주식이 없는데 증시가 올라 배 아픈 사람보다 지금 더 속 쓰린 사람은 증시는 오르는데 자신이 가진 주식은 바닥을 기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투자했으면 이번 강세장을 주도한 삼성전자를 샀을 것 같지만 삼성전자는 2013~2015년만 해도 장기 정체를 면치 못하던 기피 종목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탈레브는 러시안룰렛을 하지 말고 치과의사가 되라고 권한다. 러시안룰렛에 베팅해 번 100억원과 치과를 운영해 번 100억원은 가치가 같다. 하지만 이 두 돈은 질적으로 다르다. 러시안룰렛은 훨씬 더 운에 많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탈레브의 조언은 운에 자신의 재산을 맡기지 말고 가능한 운의 영향력이 적고 자신의 관리력을 키울 수 있는 곳에 재산을 맡기라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삼성전자를 살까, 삼성전자는 너무 비싸니 다른 괜찮은 종목이라도 살까 고민한다면 이 투자에서 돈을 벌 수 있는 확률을 생각해보자. 이 투자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돈을 벌든지 돈을 잃든지 둘 중 하나다. 또 하나 생각해야 할 변수는 기간이다. 돈을 벌든 잃든 이 투자에 대한 종결을 1년 내에 지을 것인가, 5년 혹은 10년은 지켜볼 것인가의 문제다. 돈을 벌 수 있는 행운뿐만 아니라 돈을 잃을 수 있는 불운마저 감내할 수 있다는 결단과 투자 종결 시점에 대한 결정이 없다면 지금까지 주식을 외면하고 살아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별 관심 두지 말고 마음 편히 사는 편이 낫다.

쥐꼬리 만한 은행 예금이자에 도저히 만족하지 못한다면 헨드릭 베셈바인더 아리조나주립대 재무학 교수의 연구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한달 만기 국채는 이자가 거의 없다. 그런데 1926년부터 개별 종목의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58%가 한달 만기 국채 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1926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 증시 전체의 놀랄만한 높은 수익률은 전체 종목 중 단 4%의 상승 덕이었다. 전체 증시 수익률을 끌어올린 4%의 개별 종목 중 가장 기여도가 높은 종목은 엑슨 모빌, 애플, GE, 마이크로소프트. IBM이었다.

이 조사 결과는 거꾸로 말하면 개별 종목 대부분은 1926년부터 2015년까지 거의 100% 가까운 손실을 냈다는 의미다. 당신이 오를 만한 4%의 주식을 증시에서 골라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주가가 오를 때는 오를 이유만 보이고 떨어질 때는 떨어질 이유만 보인다. 오를 만한 4%의 종목을 골라내는 것은 당첨 가능성이 높은 로또 번호를 고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이 채권 수익률을 앞선다는 사실은 여러 조사로 확인됐다. 다만 증시 전체를 봤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베셈바인더 교수의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다. 개별 종목은 채권에 졌지만 전체 증시는 채권을 이겼다. 그러니 결론은 지금이라도 주식을 할까 생각한다면 증시 전체에 투자할 수 있는 인덱스펀드나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이미 지수가 너무 올라 부담스럽다 해도 당신이 족집게처럼 오를 종목을 맞힐 수 있다는 착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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