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가치 높이는 한미약품… 후계자 승계 포석?

한미약품이 창업 2세들이 지배하는 비상장사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후계구도 정리에 비상장사가 활용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최근 자신이 보유하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33,400원 ▼350 -1.04%) 주식 16만주를 비상장사 한미메디케어에 장외에서 처분했다. 임 회장은 지난해 말에도 한미메디케어에 한미사이언스 주식 17만주를 매도하는 등 최근 1년 새 33만주를 한미메디케어에 넘겼다.


일련의 거래로 한미메디케어가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은 370만2546주(5.9%)로 늘었다. 이 지분율은 임성기 회장(34.3%)과 일부 개인 다음으로 높다. 한미메디케어는 두유와 건강보조식품 등을 생산해 판매한다. 임 회장의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전무, 딸 임주현 전무 등이 지분의 91.0%를 보유한 한미IT의 자회사이기도 하다.

한미메디케어 가치 상승은 이 회사 지분 82.6%를 보유한 한미IT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미IT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842억원에 영업이익 68억원을 거뒀다. 각각 전년 대비 17.9%, 51.8% 증가한 액수다. 순이익도 2015년 12억원 손실에서 지난해 41억원 이익으로 드라마틱한 흑자전환을 실현했다.

영업이익 증가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자회사들과 함께 투자회사들로부터 18억원 배당 수입을 올린 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주로 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 (311,000원 ▼4,000 -1.27%) 등 계열사들에서 벌어들인 돈이다. 한미IT는 특히 개별 실적 기준으로 매년 매출액의 70~80%를 계열사와 거래에서 거두는 등 실적 안정성까지 갖췄다.


업계는 한미IT와 한미IT 자회사의 실적이 날로 개선되면서 기업가치 역시 상승할 여지가 큰 것으로 본다. 임종윤 대표 등 후계자들이 한미IT 지분을 한미사이언스 자사주와 맞교환 하는 등 지주사 지분율을 확대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임성기 회장이 보유한 34.3% 지분을 증여받을 때도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임종윤 대표와 임종훈, 임주현 전무 등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각각 3%대로, 세 사람 지분을 모두 더해도 지분율이 10.3%에 머무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비상장사가 지주회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건 흔치 않은 일"이라며 "훗날 후계자들의 지배력 강화에 활용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임 회장과 지분 거래 규모나 비상장사 기업 규모가 크지 않다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지난해 말과 최근 임성기 회장이 처분한 지주회사 주식 양이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못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