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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일본을 다시 돌아볼 때

기고 머니투데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입력 : 2017.05.23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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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일본을 다시 돌아볼 때
19세기 세계 외교사는 해양세력이 되고자 한 러시아를 영국이 집요하게 저지한 역사다. 아시아에서는 그런 영국에 일본이 기쁘게 협조했다. 뤼순과 다롄에 세 들어 있던 러시아 함대가 1904년 2월 일본에 격파당하자 발틱함대가 일곱 달이나 걸려 대한해협에 도착했는데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참패했고 로마노프왕조가 몰락하는 전조가 되었다. 러시아 해군이 궤멸되자 독일이 부상했고 1차 대전으로 이어졌다.

일본과 러시아의 강화를 성립시킨 나라는 강력한 해군을 구축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미국이다. 미국은 1921년 워싱턴 군축회의에서 영일동맹을 폐기하고 아시아에서 영국을 대체하는 세력으로 자리 잡는다. 미국은 고립주의와 지리상, 그리고 경제공황 때문에 아시아에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못했고 아시아는 러시아를 꺾은 일본의 독무대가 되었다.

누가 말했듯이 한반도는 일본에 들이대는 대륙의 비수 형상이다. 일본은 그 비수를 무디게 하려고 부단히 애썼다. 만주와 한반도를 손에 넣으면 일본은 비수를 거꾸로 잡고 거칠 것 없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 때문에 일본은 열강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다 임진왜란 때부터 멋대로 대륙으로 가는 징검다리라고 부른 한반도에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이어 중일전쟁도 일으킨다.

그후 100년이 지났는데 아시아는 지금 어딘가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집중 조명되면서 일본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제 아베정부의 일본은 군사대국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2020년까지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일본 국민들이 과거와 같은 참화에 자식들이 다시 끌려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헌법을 승인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중국이 아시아에서 2025년까지 미국 해군을 완전히 밀어낸다는 계획을 세웠고 러시아도 마음만 먹으면 대규모 군사력을 아시아에 신속히 전개할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핵무장을 하는 판국이니 일본도 대안이 많지 않다.

과거에는 대한해협이 일본을 대륙으로부터 어느 정도 지켜주었다. 그러나 항모와 핵잠수함, 미사일 시대에는 해협이 지켜주지 않는다. 역사상 처음으로 해양세력이 되려고 하는 중국은 일본에 큰 위협이다. 태평양전쟁 패인 중 하나도 100만 넘는 대군이 중국전선에 묶여버렸기 때문이다. 남중국해가 봉쇄되면 일본 경제는 붕괴된다. 중국과의 도서분쟁도 심각하다. 그래서 일본은 중국에 만만치 않은 상대인 베트남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한다. 중국 해군의 북태평양 진출 길목을 지키는 필리핀과 공조를 도모하고 중국과 껄끄러운 인도와도 합동 군사훈련을 한다. 중국을 포위하는 형국이다.

제국주의 시대 광기어린 만행, 과거사 문제에 대한 유령 같은 태도, 그러나 친절하고 예의바른 개개인으로 특징지어지는 모순된 나라인 일본은 예나 지금이나 큰 역량을 가진 나라다. 세계 3위의 산업생산력을 학문과 교육이 받친다. 일본은 제국주의를 전개하면서 9개로 구성된 제국대학부터 만들었다. 도쿄대학은 1923년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을 당시 소실된 장서만 이미 70만권이었고 지금까지 물리학상 4명을 포함해 1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역사에 대해 특이한 인식을 가진 이 위험하고 유능한 우방국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항상 주시해야 한다.

하버드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신흥세력과 기성세력이 대립한 15건의 사례 중 10건이 전쟁으로 이어졌다. 키신저는 유럽과 달리 아시아는 베스트팔렌체제가 성공적으로 구현된 곳임에도 불구하고 1차대전 이전 유럽과 같은 대립으로 들끓고 있다고 지적했다. 100년이라는 시간이 경과했지만 아시아의 지정학적 현실에는 큰 변화가 없다.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도 다시 돌아보아야 할 때다. 한반도는 비수도 아니고 징검다리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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