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화 독? 내수성장 득?…유통가 희비 공존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 중소기업·소상공인 중심 시장개혁과 동시에 소득 주도 성장을 통한 소비활성화에 방점을 두면서 유통업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규제 시행시 영업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와 소비활성화를 통한 유통산업의 구조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다.

◇"의무휴업일 확대, 최대 20% 매출 감소"=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팀에 '재벌 저격수'로 불리던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이 잇따라 등용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강조했던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유통시장 규제가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김 후보자는 내정 직후 골목상권 문제 해결을 최우선순위로 두겠다고 밝혔다.


이에 유통업체들은 기존 사업 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관망 태도로 정부의 정책기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례로 신세계그룹은 지난 19일 부천 상동영상단지 내 백화점 건립 계획 일정의 연기를 부천시에 공식 요청했다.

서울 상암동 초대형 복합쇼핑몰 건립 계획이 4년째 표류 중인 롯데그룹도 유통사업 환경 변화 가능성을 빠르게 진단하고 나섰다. 롯데는 최근 백화점,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등 업태별로 제도 변화가 미칠 영향을 조사해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논의했다. 의무휴업일 확대 등의 규제 시행에 따른 영향이 미미한 계열사부터 최대 20%의 매출 감소 타격이 우려되는 계열사도 있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아직 어떤 제도가 도입될지 알 수 없는 만큼 단순히 살펴본 정도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며 "향후 정부의 정책 가닥이 잡히면 구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업계에 긍정적인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이라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불확실성보다 소비회복 주목해야"=일각에선 규제 시행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히려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소비를 활성화시켜 유통산업의 구조적 성장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도 확산되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취업자 감소와 소비자 불편까지 감안하면 비효율적인 정책"이라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으로 폐지되기는 어렵지만 비효율성 때문에 확대되기도 어려운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복합쇼핑몰·아울렛 월 2일 의무휴업은 시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업체들의 이익 감소는 제한적"이라며 "오히려 규제보다 소비회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가계구매력과 소비심리는 점진적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하반기 소비회복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3년6개월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하며 101.2를 기록, 기준값인 100을 넘어 국내 경기의 낙관적 전망이 확인됐다. 한국은행은 올해 GDP(국내총생산)과 민간소비 성장률을 각각 0.1%p 상향 조정했다.

당장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으로 소비심리 개선과 내수 진작 효과가 기대된다. 물론 예상 이상으로 규제 시행이 확대될 경우 유통업체들의 소비활성화 노력을 제한해 소비둔화를 초래, 정책 효과가 반감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