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비용·시간 세토끼 잡은 화물용 이동식 전차선

이동식 전차선을 적용한 철도의 컨테이너 하역 상황 예시/사진제공=LS전선<br>

#1회 화물열차 동력비 절감액은 29만9021원. 1년으로 환산시 연간 동력비 절감액은 약 1억원. 1회 화물 적하시간은 약 40분~1시간 단축.
충청북도 옥천역에서 화물 작업선에 이동식 전차선을 도입해 지난 3월2일~4월24일까지 한 달 여 간 운영 시험해 본 결과 도출된 경제적 효과다.

LS전선 측은 세계 최초로 '전기 화물열차용 이동식 전차선'을 개발해 철도 물류의 효율성을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자신했다.


◇디젤 기관차 사용하지 않아도 돼…비용절감·친환경 이미지 제고=전차선이란 주로 선로 위쪽에 설치돼 전동열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선을 뜻한다. 기존 '고정식 전차선'이 화물을 싣고 내리는데 방해가 된다는 점에 착안해 LS전선은 화물용 '이동식 전차선'을 개발했다. 이동식 전차선은 필요에 따라 열차 상부에 위치한 전차선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러한 이동식 전차선의 가장 큰 장점은 화물열차가 디젤 기관차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동력비가 절감된다는 것이다. 그동안에는 고정식 전차선 환경에서 역에서 화물을 싣고 내리는 작업을 감안해 전기식이 아닌 디젤 기관차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화물열차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하작업이므로 상부 공간에 제약사항이 있으면 안된다.

1Km당 평균단가를 계산하면 디젤식은 약 1035원, 전기식은 138원으로 가격 차가 7.5배에 달한다. 전기식을 사용하고도 컨테이너 하역이 자유로울 수 있다면 더이상 디젤식 기관차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또 전기식 기관차를 사용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서의 이미지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기존에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철도물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만든 '입환생략시스템(Effective & Speedy Container Handling System·E&S)'과 결합 활용될 경우 화물을 싣고 내리는데 드는 시간도 40분~1시간 가량 단축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에는 화물열차 운행방식이 본선(착발선) 도착→기관차 분리→본선(착발선)에서 작업선으로 이동→작업선에서 화물차 하역→본선이동→열차에 기관차 연결→출발 등 7단계로 운행됐다면 E&S 방식은 본선에서 바로 작업선 도착→화물차 하역→출발 등 3단계로 단축된다. 코레일이 물류경쟁력 강화를 위해 구습에서 벗어나 지난해부터 도입중인 새 시스템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작업선에서 바로 열차 도착과 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쓰지 않는 선로를 철거할 수 있어 선로 유지 보수비가 절감될 것"이라며 "수송업무가 간편해지면서 안전성도 높아지고 차량 검수비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차선, 접었다 폈다만 수만번…전차선 국산화 연장선상에 이은 결실=LS전선이 이같은 시스템을 개발하는데는 약 2년이 소요됐다. 지난 2015년 4월 국토교통부의 '화물취급선용 이동식전차선 시스템 국산화 개발'과제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8월 시험역인 충북 옥천역에 시범 설치, 같은 해 9월 운행시험을 거쳐 올해 2월에 철도공사로부터 이동식 전차선 사용 개시 승인을 받았다.

이어 올해 3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옥천역에서 운영시험 및 성능평가를 거쳤고 현재 효과성 검증 후 설치개소 및 건설노선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설치비가 약 8억원이지만 옥천역에서 연간 동력 절감비만 약 1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0년 내 투자비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LS전선이 처음부터 이동식 전차선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전차선을 바(Bar)에 일체형으로 고정시키는 방식의 '강체전차선'이 전량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던 상황에서 지난 2011년쯤 이를 국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고민에 착안, 2013년쯤 제품 개발에 완료해 강체전차선 국산화에 성공했다.

강체전차선이 응용되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이동식 전차선이다. 강체전차선 국산화에 성공하고 자연스럽게 이동식 전차선에도 눈돌리게 됐고 때마침 국토교통부에서 관련 과제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던 것.

개발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예를 들면 전차선의 소재인 알루미늄이 열팽창에 민감해 계절이나 일교차에 따라 길이나 두께가 달라지는 문제를 잡는 것이 가장 큰 난제였다.

또 이동식이기 때문에 위치 제어에 편차가 생기면 안됐기 때문에 개발 단계에서 전차선을 접었다 폈다만 수 천, 수 만 번 행해 같은 위치로 복원되는지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모든 설치 및 운행 전 테스트 작업은 실제 전차가 다니지 않는 밤에 해야 했기 때문에 20~30여 명의 개발진이 약 한 달 동안 밤낮이 바뀐 채 살아야 했다.

특이할 만한 점은 이 과제가 중소기업 대상 과제로서 LS전선이 전기관련 부품을 가공하는 전문업체 재영테크와 손잡고 협업했다는 점.

LS전선은 국내 전선업계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서 필요한 기술을 재영테크에 이전하고 공동연구를 진행해 개발에 성공했다. LS전선이 이동식 전차선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제어장치 등을 만들고 재영테크는 주로 기계 장치류 개발 등을 담당했다.

향후에도 LS전선은 대기업으로서 가진 판매망과 영업망, A/S 네트워크 등을 기반으로 재영테크와 이동식 전차선 사업에 있어서 지속적으로 협업, 윈윈하는 관계를 구축한다는 설명이다.

LS전선 관계자는 "통일 이후를 가정하면 남한에서 시작해 북한, 중국, 러시아까지 이어지는 대륙철도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시간과 금전 등 경제적 비용을 크게 단축시키는 화물열차용 이동식 전차선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