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갈 곳 없던 아이들 LH행복꿈터서 '희망 수업'

경기 화성시 '화성동탄4단지' 국민임대주택에 마련된 'LH 행복꿈터'에서 아이들이 개별 학습지도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LH

#충북 청주시 성화동의 주공1단지 국민임대주택에 사는 어린이들은 학교가 끝난 뒤 삼삼오오 단지 내 공부방에 모인다. 방과후에 열리는 특별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일명 '청개구리 공부방'으로 불리는 이곳에서는 요일별로 미술, 전래놀이, 미디어교육, 체육, 독서수업 등 다양한 특별수업이 열린다. 맞벌이나 한부모, 조손가정 등이 많은 국민임대주택에서 방과후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반겨주는 유일한 장소다.


청개구리 공부방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임대주택 입주민 자녀의 방과후 교육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시설이다. 2010년 기계실로 사용하던 공간을 리모델링해 마련했다. 저소득층이 주로 입주하는 국민임대 특성상 방과후에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을 돌볼 시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3일 LH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이같은 지역아동센터는 총 31개소가 운영 중이다. 2010년부터 꾸준히 시설을 늘려온 결과다. 주로 단지 안에 사용하지 않는 주민공동시설 등을 리모델링해 공부방을 만들었다. 2015년에는 지역아동센터에 'LH 행복꿈터'라는 브랜드를 입혔다. 이름 그대로 행복을 위한 꿈을 키우는 터가 되길 바라는 의미에서다.

처음 행복꿈터가 자리잡기는 쉽지 않았다. 입주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장년층은 어린이 시설보다 노인을 위한 시설을 더 원했다. 아이들을 대신 돌봐주는 공부방을 만든다는 말에 부모들도 '그저 간식이나 주고 말겠지'하는 시큰둥한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어렵사리 주민 동의를 얻어 청주 주공1단지에 청개구리 공부방을 만든 이후 단지 분위기도 조금씩 변해갔다. 어린이들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방과후 혼자 밥을 챙겨먹고 공부해야 했던 한부모가정의 초등학생은 공부방에서 점심, 저녁을 해결하고 또래와 어울리며 한결 밝아졌다. 종일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던 맞벌이가정의 초등학생 자매는 미술 수업을 들으면서 화가라는 꿈이 생겼다.


맞벌이 등을 이유로 자녀를 돌볼 여유도, 사교육 시설에 보낼 형편도 없던 부모들은 행복꿈터가 생기면서 마음의 짐을 한결 덜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밝게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꿈터에 대한 부모들의 신뢰도 높아졌다.

청주 청개구리 공부방을 비롯한 전국 31개소 행복꿈터는 방과후 교과학습과 특별수업 등으로 운영된다. 아이들은 수업을 듣고 저녁까지 해결한 후 집에 돌아간다. LH는 공부방 조성을 위한 리모델링 비용부터 문화 프로그램이나 체험학습을 진행할 수 있는 강사비와 재료비까지 모든 행복꿈터 운영비용을 지원한다.

특별수업 프로그램은 시설별로 다양하게 진행된다. 경기 용인시 광교41단지 행복꿈터에서는 토탈공예와 도예체험 수업이 열린다. 부천시 범박1단지 행복꿈터는 기타를 닮은 작은 현악기인 '우쿨렐레' 수업을 운영했다. 이밖에도 쿠킹클래스, 교구를 활용한 체육활동 등 다양한 특별수업이 각 행복꿈터에서 열렸다.

LH관계자는 "특별수업 등을 진행하면서 (가정환경 등으로 위축됐던) 아이들이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고 표현능력도 향상되는 효과가 있었다"며 "입주민들의 만족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간 확보 등의 문제로 한 시설당 이용할 수 있는 아동 수는 29명 정도 뿐이다. LH는 행복꿈터 개소를 지속적으로 늘려 더 많은 어린이들이 방과후 교육 혜택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올해는 행복꿈터 5개소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양승민 LH 사회공헌단장은 "부모뿐 아니라 사회도 아이들을 보호하고 공평한 기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행복꿈터를 통해 더 많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