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수인번호·올림머리…朴, 53일만의 달라진 '외출'

(좌)지난해 11월29일 제3차 대국민담화, (중)지난 3월30일 영장실질심사 당시, (우)23일 첫 공판을 위해 법원에 출석한 박 전 대통령 /사진=뉴스1, 머니투데이DB

'592억원대 뇌물' 등 18개 혐의를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첫 재판을 위해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대중에 공개된 것은 지난 3월31일 구속 수감된 지 53일 만이다. 호송차에서 내려 교도관들을 따라 법원 안으로 들어가는 박 전 대통령의 손목에는 수갑이, 왼쪽 가슴에는 수인번호 ‘503번’이 쓰인 배지가 달려 있어 그가 처한 달라진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외에도 화장기 없이 무표정한 얼굴과 수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듯 야윈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올림머리는 여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3월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검찰로 이동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지난 3월3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은 평소와 다름 없는 모습이었다. 짙은 화장에 잘 정돈된 남색 정장 차림의 박 전 대통령. 여러개의 실핀을 사용해 흐트러짐없이 고정시켜야 하는 올림머리를 위해 그는 이날 아침에도 전속 미용사 2명을 삼성동 자택으로 불러 약 1시간20분 동안 머리 손질 등을 받았다. 이날이 평소 대중이 기억하던, 단정하고 잘 정돈된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3월31일 새벽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판사는 증거 인멸 등의 우려가 있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여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3월31일 새벽, 전날 받은 영장실질심사 결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전날과 달리 화장기 없는 얼굴과 풀어헤친 머리가 눈에 띄었다. 이날 이후 박 전 대통령은 53일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첫 정식 재판을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SBS방송화면 캡처

23일 오전 9시10분, 박 전 대통령이 호송차에서 내렸다. 오전 10시 예정된 첫 공판을 위해서다. 담담한듯 특별한 표정변화는 없었지만, 손목에 찬 수갑과 왼쪽 가슴에 단 수인번호 503 배지가 그가 처한 상태를 보여줬다.

평소 그의 모친 고 육영수 여사를 떠올리게 하는 올림머리로 이미지 연출을 적극해 온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집게핀으로 올림머리와 유사하게 머리를 손질했다. 올림머리는 여러개의 실핀을 사용해 흐트러짐없이 고정시켜야 하지만, 구치소에는 쇠로 만든 장신구가 반입 금지되기 때문에 하루 2만원으로 제한된 영치금 한도 내에서 구치소에서 판매하는 플라스틱 재질 집게 머리핀을 구매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전보다 야윈 모습이었다. 그는 지병인 위장병 때문에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구치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알려졌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과 동생인 박근령씨 등은 그간 "박 전 대통령은 현재 준 단식 수준으로 생명이 위험하다"는 주장을 해왔다.

이외에도 박 전 대통령이 앓고 있다고 알려진 ‘부신기능저하증’으로 인해 부은 얼굴도 눈에 띄었다. 부신기능저하증의 증상은 만성피로다. 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만성 피로를 이유로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매주 수요일은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관저에서 휴식을 취해왔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에 의해 이날 오전 10시부터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등에 대한 첫 공판이 진행됐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 두 사람이 공식 석상에서 마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