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주식 '대전환' 회의론 확산…월가 금리 전망 줄하향

'대전환'(great rotation) 전망은 올해 또 빗나갈 것인가.


대전환은 자본시장의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대거 이동하는 걸 말한다. 30년간 이어진 채권 강세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 대전환 전망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채권매입) 규모 축소(테이퍼링)를 예고한 2013년부터 제기됐지만 번번이 어긋났다.

올해는 미약했던 대전환 전망에 다시 부쩍 힘이 실렸다. 지난해 말 미국 대선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친성장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경제지표 호전 등에 힘입어 증시가 고공행진하면서다. 그 사이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세도 뚜렷했다. 채권 금리의 상승은 채권 가격의 하락을 의미한다.

그러나 월가에서 최근 대전환 전망이 다시 약해지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와 JP모간 등 월가 대형은행들이 올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추이(단위: %)/그래프=블룸버그

골드만삭스와 JP모간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의 올해 말 전망치를 3.0%에서 2.75%로 낮췄다. 블룸버그가 취합한 전문가 전망치 역시 지난 4월 2.91%에서 2.76% 떨어졌다. 스티븐 메이저 HSBC 애널리스트의 전망치가 1.60%로 가장 낮았고 라지브 다완 미국 조지아주립대 이코노미스트의 전망치는 3.65%로 가장 높았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이날 2.25%로 지난주에 비해 0.09%포인트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을 둘러싼 논란에서 비롯된 정치적 불확실성에 미국 경제 낙관론이 저문 게 미국 국채 강세 전망의 배경이 됐다. 미국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설이 불거지면서 지난주 급락했다가 반등에 성공했지만 채권 투자자들은 여전히 미국 경제 성장세와 인플레이션 전망에 회의적인 분위기다.

윌리엄 오도넬 씨티그룹 금리 전략가는 "우리는 금리인상에 대한 결의와 함께 올해로 들어섰지만 현실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엔 트럼프의 재정부양과 감세 정책이 미국의 성장세를 자극해 FRB의 금리인상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이젠 아니라는 얘기다.

존 허먼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 금리 전략가도 트럼프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며 미국 국채 금리 전망치의 수정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했다.

골드만삭스는 고객들에게 낸 최신 투자노트에서 미약한 인플레이션 추세와 점점 커지는 정치 리스크가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며 채권 약세론자들이 올해 힘겨운 출발을 했다고 지적했다.

JP모간도 금리 전망치를 하향조정한 게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 전망과 재정부양 기대감이 약해진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미국 장기 국채 금리 전망치의 하향조정 움직임이 FRB의 금리인상 행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금과 인플레이션 등을 둘러싼 미국 경제지표가 미약해지면서 FRB의 연내 추가 금리인상 전망도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FRB가 오는 6월 올 들어 2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한 뒤 추가 금리인상 행보를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한다. 지난 3월 금리인상을 단행한 FRB는 올해 기준금리를 2차례 더 올릴 것임을 시사했다.

CME그룹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에서는 FRB가 다음달 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78.5%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