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측 "돈 봉투 만찬은 뇌물" 檢 "정치법정 아냐" 신경전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김종훈 기자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 최순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함께 재판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공판에서 검찰 간부들의 '돈 봉투 만찬' 사건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단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첫 공판에서 "지금 '돈 봉투 만찬' 사건 당사자들은 부정처사 후 수뢰죄로 얼마든 기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로 언론기사를 제출한 점을 문제삼다 나온 발언이다. 유 변호사는 검찰 공소장이 부실하게 작성됐으며, 박 전 대통령 기소는 수사가 아닌 언론보도를 기반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유 변호사는 "언제부터 대한민국 검찰이 언론 기사를 형사사건의 증거로 제출했는지 묻고 싶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옆 자리에 앉은 최순실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도 "최씨 등을 고발한 시민단체는 제가 뉴스를 보니 얼마 전에 일어난 검찰 돈 봉투 사건을 뇌물 혐의로 고발했다"며 "이 자리에도 특별수사본부 부장검사가 두 명이나 있다"고 말을 보탰다.

이에 검사석에 앉은 이원석 특수1부장검사는 "이 법정은 언론기사를 증거로 삼고 사실관계를 특정하는 정치 법정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이 부장검사는 이어 "검찰은 법과 원칙, 증거에 따라 사실관계를 판단하고 기소했다"며 "전직 대통령인 피고인(박 전 대통령)은 수사할 때는 현직이었는데 여론과 언론기사로 기소할 수 있겠냐. 오해없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한편 '돈 봉투 만찬'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대상으로 거론됐던 안태근 대구고검 차장검사(전 법무부 검찰국장)가 특수본부장이었던 이영렬 부산고검 차장검사(전 서울중앙지검장)와 저녁 회식을 하면서 돈 봉투를 주고받은 사건이다. 이 일로 안·이 차장검사는 좌천됐으며 만찬 참석자들은 현재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