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兆 영업이익 낸 정유·화학…일자리는 '한자릿수' 늘어

문재인 정부의 핵심 화두가 '일자리 창출'인 가운데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정유·석유화학업계가 일자리 창출면에서는 '한자릿수' 성장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업계 주요 4사는 지난해 사상 처음 영업이익 8조원을 넘겼지만 일자리는 3.4% 늘었고, 석유화학 주요 4사도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일자리는 9.4% 확대에 머물렀다.

이는 장치산업이라는 정유·석유화학업계 특성상 공장을 돌리기 위해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5조원을 투입해 공장 신설에 나선 에쓰오일(S-Oil (76,800원 ▲1,400 +1.86%)) 등 일부 정유·화학사들은 대규모 설비 투자나 신사업 확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정유업계 주요 4사인 SK이노베이션 (103,800원 ▼2,400 -2.26%)·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의 올해 1분기 임직원수는 총 1만274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임직원수(1만2391명)보다 3.4%(351명) 늘었다.

또 석유화학업계 주요 4사인 롯데케미칼 (97,300원 ▼2,900 -2.89%)·LG화학 (370,500원 ▼8,000 -2.11%)·한화케미칼 (24,900원 ▼600 -2.35%)·한화 (26,100원 ▼150 -0.57%)토탈의 올해 1분기 임직원수는 총 2만383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2059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유4사 중 일자리가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은 에쓰오일로 임직원수가 지난해 1분기 2940명에서 올해 1분기 3191명으로 8.5% 확대됐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5조원을 투입한 잔사유 고도화·올레핀 다운스트림(RUC·ODC) 공장이 내년에 가동되기 때문에 이에 맞춰 신규 채용이 최근 몇년 동안 많이 늘었다"며 "공장 건설 인력까지 따지면 고용 유발효과가 1만2700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SK에너지·SK루브리컨츠·SK인천석유화학 포함)이 4764명에서 4906명으로 2.9% 늘었고, GS (43,250원 ▲950 +2.25%)칼텍스가 2842명에서 2886명으로 1.5% 증가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773명에서 올해 1759명으로 0.7% 감소했다.

정규직 일자리는 에쓰오일이 8.4% 확대돼 가장 많았고, GS칼텍스가 3.8%, SK이노베이션은 1.3% 증가해 뒤를 이었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LG화학이 지난해 1만4900명에서 올해 1만6834명으로 12.9%(1934명) 증가해 임직원수 확대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일자리가 신규로 대거 만들어졌다기보다는 올해 생명과학부문을 흡수 합병한 인력(1357명) 등이 반영된 영향이 크다.

이어 롯데케미칼 임직원수가 지난해 2795명에서 올해 2951명으로 5.5% 증가했고, 한화토탈이 1565명에서 1602명으로 2.3% 늘었다.

한화케미칼은 임직원수가 2516명에서 2448명으로 2.7% 감소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2015년과 지난해에 걸쳐 바이오나 탄소나노튜브 등 신소재 사업을 정리하면서 퇴직한 직원들이 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유4사와 화학3사의 영업이익이 13조원을 넘길 만큼 역대급 호황을 누렸음에도 일자리가 두자릿수 이상 대폭 늘지 못한 것은 장치산업 특성 때문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석유산업은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자동차·중공업과는 프레임이 다르다"며 "인력이 대거 투입돼 용접하고 만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공장이 돌아가면 컴퓨터로 모니터링하는 그런 구조"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도 "실적이 좋아진 것도 많이 팔아서라기보다는 마진이 좋아졌기 때문"이라며 "업계 특성상 투자는 많이 해도 채용은 적다. 신규 채용한 인력도 각 부서에서 필요 없다고 할만큼, 일자리 창출도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