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보는 증권업계…배당株 부각된다

코스피 지수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자 증권가의 고점 전망 수정이 잇따르고 있다. 5월 들어 시작된 코스피 상승 랠리 배경에는 그동안 국내 증시의 저평가(디스카운트) 요소로 작용해온 불투명한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권한 강화 기대감이 깔려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사로 읽을 수 있는 경제정책도 주주권한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내년 코스피지수가 3000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다. 실적장세 등장과 함께 '주주챙기기'에 나설 배당주에 시장의 관심이 모인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IBK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코스피 고점 전망을 2600으로 수정했다. 코스피지수가 2300대에 안착하면서 하반기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신한금융투자도 올해 하반기 코스피 지수가 2500까지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2460으로 전망을 올려잡았고, 미래에셋대우는 2050~2450을 제시했다.

2018년 전망은 보다 긍정적이다. 올해 호실적과 그동안 저평가된 국내 증시가 신흥국 수준으로만 평가받는다면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IBK투자증권은 3000, 신한금융투자는 2800, 삼성증권은 2630을 2018년 지수 상단으로 제시했다.

증권업계의 '핑크빛' 전망에는 국내 증시가 저평가를 벗어날 것이란 전제가 깔려 있다. 국내 증시는 경제규모와 달리 신흥국 증시 수준의 평가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요 국가 증시 가운데 국내 증시보다 저평가 받는 시장은 러시아가 유일하다.


업계는 그동안 국내 증시가 경제규모를 따라가지 못하는 대표적인 이유로 순환출자 고리를 앞세운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에게 인색한 기업문화 등을 꼽는다. 이들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소가 매번 증시 상단을 누르면서 6년 동안 박스피(박스권+코스피)를 연출했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삼성전자의 '통 큰' 배당을 기점으로 국내 증시에 불어온 '주주챙기기' 바람과 불황형 흑자를 탈피한 실적 장세를 타고 코스피 지수는 박스권을 돌파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5.6포인트 오른 2317.34로 마감, 2300대에 안착했다.

이달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코스피 상승랠리에 힘을 더하고 있다. '재벌 저승사자'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소액 주주운동을 이끈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청와대 정책실장에 실장에 임명했다.

국내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앞장선 두 사람의 등용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관 행사를 유도하는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가속화 전망도 한국 증시 재평가 움직임을 뒷받침한다.

주주 권한을 강조하는 증시 분위기와 정부의 정책이 맞물리며 배당 여력과 성향이 강한 종목들이 투자자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관과 소액 주주의 영향력이 커지면 사내유보금이 있는 기업에 대해선 배당금 증액 등 주주 환원 요구가 강해질 전망이다.

주주 환원 정책에 앞장 선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를 비롯해 전통적인 고배당주 S-OIL (76,000원 ▼900 -1.17%)과 GS홈쇼핑 (154,900원 ▲3,200 +2.11%) 등이 유망종목으로 떠오른다. 또 한국전력 (20,900원 0.00%), SK이노베이션 (107,500원 ▼2,500 -2.27%), 포스코 (392,500원 ▼3,500 -0.88%) 등 외국인 지분율이 높고 잉여현금흐름이 많은 종목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등 정책은 기업들의 배당성향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잉여현금흐름은 주주환원정책의 재원으로 사용되고 외국인 지분이 많은 기업일수록 주주환원 요구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