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점 줄인다고 했더니 "수억원 주면 나가겠다"는 씨티은행 노조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금융노조 씨티은행지부)이 사측에 요구하고 있는 준정년 특별퇴직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씨티은행 노조가 요구한 대로 준정년 특별퇴직제도가 시행되면 10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받고 명예퇴직하는 직원이 수두룩하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이 영업점을 대폭 줄이기로 한데 따라 노사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거액의 명예퇴직금을 요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씨티은행 노조가 임금단체협상에서 상설화하자고 요구하고 있는 준정년 특별퇴직제도는 만 20년 이상 근속하고 만 45세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1.5*근속연수+15개월’에 해당하는 추가 퇴직금을 주는 제도다. 만 20년 근무시 45개월(=1.5*20+15), 만 30년 근무시 60개월치 급여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평균 48개월치 급여를 명예퇴직금으로 지급하는 준정년 특별퇴직제도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퇴직금 누진제를 운영하고 있어 노조가 요구하는 준정년 특별퇴직제도가 상설화하면 퇴직금이 10억원이 넘는 직원들이 다수 생긴다. 퇴직금 누진제는 근속연수가 길수록 퇴직금 지급률이 높아지는 제도다. 예를 들어 5년 이상 근속자에게는 법정 퇴직금의 1.3배, 10년 이상 근속자에게는 1.5배를 누진 적용해주는 방식이다.

직원별로 누진제 비율이 달라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20년 근무자에게 1.5배를 적용한다면 30개월치 급여를 퇴직금으로 받게 된다. 노조가 요구하는 준정년 특별퇴직제도까지 실시되면 만 20년 근무자는 누진제에 따른 30개월치 급여와 준정년 특별퇴직제도에 따른 45개월치(=1.5*20+15) 급여를 합해 총 75개월치 급여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 이는 6년치 연봉으로 약 7억원이다. 지난해 씨티은행 남자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 18.1년과 평균 연봉 1억1300만원을 대략적으로 적용한 수치다.

씨티은행은 2014년에 지점의 3분의 1에 달하는 56개 지점을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현재 노조가 요구하는 준정년 특별퇴직제도와 비슷한 명예퇴직제도를 시행했다. 당시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60개월치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주면서 명예퇴직을 신청한 직원 중 10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받은 직원도 나왔다.


당시 씨티은행은 650명을 내보내면서 2458억원의 명예퇴직금을 지급했다. 명예퇴직금만 1인당 평균 3억8000만원이다. 여기에 일반 퇴직금까지 합치면 1인당 평균 4억3000만원을 한꺼번에 받고 퇴직했다. 이는 다른 은행보다 많은 금액이다. 올초 희망퇴직으로 2795명으로 내보낸 KB국민은행은 명예퇴직금으로 8072억원을 지급했다. 1인당 평균 명예퇴직금은 2억9000만원으로 씨티은행보다 9000만원 적었다. 국민은행은 명예퇴직금으로 최대 36개월치 급여를 줬다.

씨티은행 사측은 준정년 특별퇴직제도에 대해 논의할 수 있지만 노조의 요구는 과하다는 입장이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지난 16일 직원들에게 보내는 ‘CEO(최고경영자) 메시지’를 통해 “(노조 요구안은) 현재 퇴직금 외 25년 근무시 추가로 54개월에 달하는 수준의 추가 퇴직금을 상시화하는 제도의 개악”이라며 “(이는) 노조가 희망퇴직 구조조정안을 제시하는 모순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