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동료→동창→아내' 한미약품 정보유출 거침없었다

한미약품 본사 /사진제공=뉴스1

한미약품과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의 계약취소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도, 손실을 회피한 '2차 정보수령자' 14명에게 24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2015년 7월 2차 정보수령자를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규정한 뒤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된 첫 사례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4일 정례회의를 열어 한미약품 직원과 전업·개인 투자자 등 14명에게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위반으로 총 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해 9월말 한미약품의 베링거인겔하임 상대 8500억원 규모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되면서 시작됐다. 한미약품은 9월 29일 저녁 7시 6분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공식적으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지만, 다음날인 9월30일 오전 9시29분에 이를 공시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를 알게 된 한미약품 직원들이 지인 등에게 정보를 유출했으며, 특히 계약해지 다음날 주식시장이 열린 후 공시한 탓에 정보를 알고 있던 투자자들의 손실 회피가 가능했다.

앞서 미공개정보를 취득·유통한 한미약품 및 관계사 한미사이언스 임직원들이 검찰에 기소됐으며, 이중 일부는 지난 17일 1심 선고에서 징역형과 벌금형 등을 받았다.


이날 증선위의 과징금 부과 대상은 주로 미공개정보를 전해 듣고 주식을 매도, 손실을 회피한 한미약품 직원과 지인 등 2차 정보수령자들이다. 증선위에 따르면, 미공개 정보는 한미약품 직원과 직장 동료를 거쳐 가족, 지인 등까지 광범위하게 퍼졌다.

한미약품 법무팀에서 계약 업무를 담당했던 '정보 취득자'는 사내 메신저를 통해 이 내용을 한미사이언스 인사팀 직원 A씨(1차 정보수령자)에게 전달했다. 앞서 이들은 검찰에 구속 기소된 바 있다.

이후 1차 정보수령자는 지인에게, 그리고 지인은 고교동창에게, 고교동창은 고교 후배에게, 후배는 다시 전 직장동료에게 정보를 넘겼다. 그는 사내 휴게실에서 한미약품 회계팀 직원과도 정보를 공유했으며, 나아가 자신의 아내와 친동생에게도 알렸다.

이와 별도로 임원간 대화 과정의 미공개 정보를 엿듣게 된 한미사이언스 광고팀 직원(정보 취득자)도 이를 한미약품 경영정보팀 직원에게 알렸고, 이 직원은 자신의 부친에게 정보를 알리기도 했다.

이 같은 정보를 취득한 뒤 한미약품 주식을 매도, 손실을 회피한 사람은 총 25명이었다. 소속은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 직원, 또 다른 계열사 임직원, 이들의 가족과 지인 등 다양했다. 다만 증선위는 손실 회피 금액이 작은 11인에 대해서는 엄중경고 조치 후 과징금 부과를 면제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자본시장의 신뢰확보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해 엄중 조치함으로써 자본시장 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