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변호인단, 합병반대의견 낸 증인에 "주가 계산 틀렸네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의 초점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에서 삼성물산 합병·순환출자 해소 특혜로 옮겨갔다. 박영수 특검팀이 삼성물산 합병 등 경영권 승계 과정의 특혜 의혹을 뇌물공여 동기로 제기한 데 대해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전문성이 결여된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이 부회장 등에 대한 17차 공판기일에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국민연금공단에 합병 반대 의결권 행사를 조언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윤모 팀장과 삼성물산의 합병 직후 불거진 순환출자 해소 문제를 담당했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석모 사무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기업지배구조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됐다는 보고서를 냈다. 특검팀은 이를 바탕으로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당시 이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던 삼성물산의 가치를 낮게 책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기업지배구조원의 보고서 자체가 전문성이 부족한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적정 합병비율을 산정할 때 삼성물산의 비지배지분과 비영업자산 등을 제외하지 않아 삼성물산의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했고 이 때문에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됐다는 잘못된 결론이 도출됐다는 것.

변호인단은 "비지배지분과 비영업자산을 제외한 삼성물산의 적정주가는 기업지배구조원이 제시한 6만8000원보다 2만원 가까이 낮은 5만1000원 수준으로 실제 합병 당시 기준 주가였던 5만5000만원보다도 낮다"며 "삼성이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유리한 방향으로 삼성물산의 가치를 낮췄다는 주장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분석을 담당한 기업지배구조원 실무진의 회계업무 경력이 2년에 그치는 등 전문성이 의심된다"며 "증인으로 출석한 담당 팀장이 이를 검증할 능력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윤 팀장은 이날 공판에서 합병 보고서 작성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거나 내부 자료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공개된 자료와 공시 등을 토대로 한달여 동안 분석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삼성물산 (144,500원 0.00%)의 합병 직후 불거진 순환출자 해소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삼성이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 합병 뒤 공정위가 순환출자 고리 강화 해소를 이유로 삼성SDI·삼성전기 등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매각 규모를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수정한 것을 두고 특검팀은 부정청탁과 특혜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변호인단은 "특검의 주장과 달리 삼성물산 지분 처분 문제는 이 부회장의 지배력과는 무관한 이슈"라며 "삼성물산 합병으로 이 부회장과 특수관계인의 보유지분이 39.5%인 상황에서 지분 500만주 차이는 2.6%에 불과해 크게 신경 쓸 문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추진했던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이 이뤄졌다면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어차피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대통령에게 청탁할 이유가 있었겠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