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조사 방식 두고 檢-朴 신경전…법원, 적극 중재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2회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검찰과 박근혜 전 대통령(65) 전 대통령 측이 재판 진행 절차와 관련해 법정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재판부는 신속한 심리를 위해 적극 중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5일 오전 10시부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2회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지난해 11월 기소된 최순실씨(61) 등의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 사건의 재판 기록에 대한 서류증거 조사가 진행됐다.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검찰은 "앞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때 검찰 수사기록 전체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며 "현재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들이 당시 헌재에 다 있었던 만큼 그 점을 참작해 서류증거 조사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신속한 심리를 위해 관련 기록을 간략히 설명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반기를 들었다. 그는 "당시 헌재에 제출된 기록이 4만5000쪽인데 지금 제출된 기록은 삼성 관련 기록이 4만쪽, 블랙리스트 관련 기록이 2만쪽"이라며 "아직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7만쪽 정도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도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많은 만큼 검찰이 서류증거 조사 과정에서 최대한 꼼꼼히 관련 서류들에 대한 설명을 해 달라는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재판이 적절히 진행될 수 있도록 쌍방의 의견을 종합해서 심리계획을 적절히 작성하겠다"고 중재에 나섰다.


신경전은 한차례 더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 측이 검찰의 설명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탓이다. 검찰이 앞서 진행된 최씨 사건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던 이용우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에 대한 증인신문 조서를 제시하면서 설명을 이어가자 박 전 대통령 측 이상철 변호사는 "검찰에서 주신문 내용만 보여주고, 변호인 측의 반대신문 내용은 생략하고 있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요지만 말할 수 있다"며 "나중에 피고인에게 유리한 부분도 있다는 의견을 말하면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 변호사는 재차 "이런 식으로 재판부에 심증을 형성하게 하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유 변호사는 특히 "증인 한명에 대한 신문조서가 마무리되면 반대신문 조서를 제시하면서 의견을 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이는 검찰의 모든 서류증거 조사가 마무리된 뒤 관련 의견을 내겠다던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재판부는 "지난 번에 (의견을) 끝에 내겠다고 했다"며 "유 변호사가 말한 방식으로 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 변호사는 재차 "검찰의 일방적 주장만 언론에 보도가 되고 반대되는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주신문만 공개하는 것이 아니다. 당시 사건 변호사들이 한 반대신문 중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공개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이후에도 양 측의 공방이 오갔다. 검찰은 "한정된 시간 안에 재판을 해야 하는 만큼 중요한 부분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세웠고 박 전 대통령 측은 "재판은 시간에 쫓겨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 기본"이라고 맞섰다.

결국 재판부가 중재에 나섰다. 재판부는 "서류증거 조사는 요지를 고지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며 "실체적 진실 발견과 조화롭게 해서 재판을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