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기계적으로 예측 가능한' 美 양적긴축

위 그래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현재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채권입니다. 국채가 약 2조5000억달러,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은 약 1조8000억달러가량 됩니다. 이 둘을 합하면 4조달러를 훌쩍 뛰어 넘죠. 어마어마한 돈입니다.

이 천문학적인 채권들은 원래 금융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던 겁니다. 그걸 연방준비제도가 돈을 주고 사들였습니다. 즉, 위 채권규모만큼 많은 현금이 금융시장에 풀린 셈이죠.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행했던 세 차례의 양적완화(QE) 결과입니다.


연준은 이렇게 풀린 돈을 올해부터 거둬들일 계획입니다. 양적완화와는 정반대의 방식을 쓰는 것이죠. 양적긴축이죠.

연준이 보유한 이 엄청난 규모의 채권들은 속속 만기를 맞고 있습니다. 만기가 되어서 원금을 상환 받으면 보유채권을 매각한 것이나 마찬가지의 양적긴축 효과가 나타납니다. 그 동안은 이 상환 받은 원금을 채권매입에 재투자했습니다. 그러니 보유채권 규모가 전혀 줄지 않았던 것이죠.

연준이 올해부터 돈을 거둬들이는 것은 이 '재투자' 규모를 차츰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그렇게 되면 연준의 대차대조표에서 채권자산 잔액이 차츰 감소하겠죠. 자산에 상응하는 부채 즉, 본원통화량도 줄어듭니다. 연준이 원금을 상환받았다는 것은 통화를 거둬들였다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재투자를 줄여나가는 것을 두고 연준 사람들은 "대차대조표 축소"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당장 금융시장에서 궁금해 하는 것은 이 양적긴축 정책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전개될 것이냐는 점입니다. 아주 급하게 돈을 거둬들인다면 상당한 긴축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면 금리가 뛰어 오르고 달러도 굉장히 강해질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이나 회사채 시장이 아무래도 힘들어지겠죠. 우리와 같은 이머징국가 경제에도 큰 영향이 미쳐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준은 이런 걱정들을 알고 있다는 듯이 '예측가능하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양적긴축을 진행해 나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2~3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24일에 공개되었는데, FOMC 위원들은 이 같은 원칙을 정하면서 '금융시장 기능에 부정적 충격이 가해지거나 시장금리가 급등하도록 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도 세웠습니다.

지난 2014년초부터 시작되었던 제3차 양적완화 규모 축소(테이퍼링) 작업 역시 이처럼 지극히 예측가능한 기계적 방식을 취했는데, 당시 미국의 장기 시장금리는 오히려 연중 내내 떨어지는 기현상을 연출한 바 있습니다.